검, 국립환경과학원, 기술표준원 관계자 등 조사
“정부의 역할 규명…20년 전과정 스크린할 것”
직무유기 등 책임자 형사처벌은 쉽지는 않을 듯
가습기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정부 책임에 대한 수사에 뒤늦게 나섰다. 법적으로 정부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기존 태도를 바꾼 것인데, 책임자들에 대한 형사처벌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은 12일 “가습기살균제 제조부터 최근 피해원인을 규명하기까지 정부의 역할을 규명하는 내용의 조사를 하고 있다. 처음 가습기살균제가 만들어진 1996년부터 20년간의 과정을 전부 스크린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부처별 실무자급 공무원 3~4명을 조사한 검찰은 이달 들어 국립환경과학원과 국가기술표준원,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본부 등의 소속 공무원 8~9명을 추가로 불러 조사했다. 모두 참고인 신분이다.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원은 대규모 사상자를 낸 원료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등의 유해성 심사와 관련해 조사를 받았고, 국가기술표준원의 케이시(KC) 마크 시험 인증위탁 업체 직원은 가습기살균제에 안전을 보증하는 케이시(KC) 마크가 부여된 경위 등을 조사받았다.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 소속 공무원은 피해원인 규명과 관련해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이외에도 여러 부처의 공무원을 더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처벌보다는 유해화학물질 관리실태와 법과 제도상 허점을 파악해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며 “정부 관계자의 무사안일 등 책임이 있다면 있는 그대로 밝히고, 혹시라도 불법행위가 발견될 경우 당연히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추가적인 수사에 나서면서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 사건에서 정부의 과실과 책임이 일정 부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애초 검찰은 이달 초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려 했으나, 정부 부처에 대한 수사가 미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결과 발표를 미루고 추가 수사에 나섰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대한 국회의 국정조사 과정에서 정부 책임에 대한 미진한 수사가 도마에 오를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이 ‘책임규명 차원의 수사’로 선을 긋고 있는 상황에서 책임자들에 대한 기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충분한 조사를 거쳐 결과 발표에 넣을 예정이지만, 반드시 형사적 책임을 묻는 것은 아니다. 형사적으론 죄명이 직무유기밖에 나오지 않을텐데, 이 혐의로 기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했다.
최현준 서영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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