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가습기살균제 희석제품 위해성 판단 어려워”

광고법 위반에 제재없이 심의절차 종료
애경·SK케미칼·이마트, 제품 광고에
독성물질 CMIT·MIT 성분 표시안해
시민단체 “제조 판매사에 면죄부 줘”

피해 단체, 공정위 결정 규탄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관계자들이 “살균제 제품의 주성분표시를 안한 기업들의 편에선 공정위의 결정을 규탄한다’’며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애경·에스케이(SK)케미칼·이마트가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하면서 독성물질인 메틸클로로이소티아졸리논·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MIT) 성분의 포함 사실을 표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 없이 심의절차 종료를 의결했다.

공정위는 애경 등이 제품 주성분이 독성물질이라는 점을 은폐·누락해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혐의에 대해 지난 19일 소위원회를 열어 심의절차 종료 의결을 했다고 24일 밝혔다. 심의절차 종료는 법 위반 여부 판단이 불가능해 조사를 끝내는 것을 뜻한다.

공정위는 이런 물질을 1% 이상 함유한 혼합물질은 환경부가 2012년 9월 유독물로 지정했으나, 원액을 0.015%로 희석해 제조한 가습기살균제는 아직 인체 위해성이 인정되지 않고 있어 판단이 어렵다고 밝혔다. 주심인 김성하 공정위 상임위원은 “표시광고법상 제품 라벨에 주성분을 모두 표시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생명·신체 등에 위해 가능성이 있는 주요 사안만 표시하도록 돼 있다”며 “이번 사건 제품들은 질병관리본부가 2012년 폐 손상과 인과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단순히 성분표시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대신 앞으로 환경부의 추가조사 결과 인체 위해성이 확인되면 제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경부가 메틸클로로이소티아졸리논·메틸이소티아졸리논 성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도 5명이 있다고 밝힌 상태여서, 공정위의 이번 조처에 피해 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정위의 이번 의결은 사실상 제조 판매사들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