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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8.29 22:15 수정 : 2016.08.29 22:22

국회 가습기 살균제 청문회 첫날
존 리 전 대표 등 주요 증인 대거 불참
허위 보고서 작성 교수들도 안 나와
사프달 대표 “본사 결정은 답변 못해”
특위 “영국 정부 진상규명 촉구” 결의

국회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특위) 청문회 첫날인 29일,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영국 본사 관계자 등 핵심 증인 대다수가 청문회에 불참해 피해자들은 물론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답변드릴 수 없다”로만 일관한 법무법인 ‘김앤장’ 쪽에도 의원들의 비판과 방청석의 야유가 쏟아졌다.

특위는 이날 청문회에 옥시 한국법인 대표를 맡았던 거라브 제인, 존 리 등을 비롯해 옥시의 전·현직 직원 11명을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청문회장에는 아타 사프달 옥시 한국법인 대표와 이재원 옥시 대외협력 전무 단 2명만 나왔다. 거라브 제인 전 대표는 ‘아이에게도 안심’이라는 홍보문구를 가습기 살균제 상표에 넣은 책임 당사자이며, 존 리 전 대표는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가 가장 많이 팔리던 때 사장을 맡은 바 있어 책임 소재를 밝히는 데 필수적인 인물들이다.

국회는 옥시 쪽이 제인 전 대표를 비롯해 본사 연구원 등 3명에 대한 증인 출석요구서 전달마저 거부해, 직접 개인 메일과 팩스, 외교부 협조요청으로 청문회 참석을 요청했으나, 이들은 특별한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끝내 청문회에 불참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옥시에 유리하도록 허위 연구보고서를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유아무개 호서대 교수와 조아무개 서울대 수의대 교수 등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애초 출석이 예정된 청문회 증인 23명 중 13명만 참석해 책임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우원식 특위 위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영국 본사의 주도 아래 주요 사실 은폐 정황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음에도 글로벌 시이오(CEO)의 진정성 있는 사과는 물론 증인 참석도 거부하고 있어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아타 사프달 대표가 이날 청문회에서 자사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 “책임을 인정한다”고 밝혔지만, 옥시 쪽 증인들은 구체적인 책임 문제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사프달 대표는 영국 본사 쪽의 개입 여부를 묻는 질문에 줄곧 “본사 결정에 대해선 대신 답변을 못 드린다”고 답했다.

옥시를 대변하는 ‘김앤장’의 변론팀장 장지수 변호사도 흡입독성실험 보고서 조작 의혹과 관련해 “재판을 진행 중인 의뢰인이 관련된 사안이라 대답드리기 곤란하다”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검사 출신인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의뢰인과 연관된 비밀유지 의무와 관련한 것이 아니라, 보고서를 보고할 때 어떤 변호사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라도 말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그는 끝내 답하지 않았다. 또 “옥시 쪽에 유리한 증거가 있는 보고서만 법정에 제출했느냐”는 정춘숙 더민주 의원의 질의에도 “답변하기 어렵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우 위원장은 이에 “김앤장이 (비밀이라는 점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국가정보원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 변호사의 기계적인 대답에 방청석에서는 한숨이 터지고 야유가 쏟아졌다.

옥시 쪽의 무성의한 태도에 대해 청문회를 지켜보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과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등도 분통을 터뜨렸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기다리던 청문회가 열렸지만 첫날부터 옥시 쪽 주요 증인과 참고인들이 불참하는 등 (옥시 쪽이) 대한민국 국회를 무력화시키고 조롱하고, 피해자들을 또다시 우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수지 방준호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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