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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0.02 16:21 수정 : 2016.10.02 18:50

가습기 살균제에 쓰여 수천명의 사상자를 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 혼합물(CMIT/MIT)이 치약 제품에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 68개 치약제조업체 3679개 제품을 전수조사했더니 문제의 성분을 함유한 치약이 10개 업체 149개 제품에 이르렀다. 해당 제품은 회수에 들어갔지만, 오래 써온 소비자들은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정부는 방향제와 방충제, 소독제, 방부제 등 15종의 생활화학제품도 전수조사하고 있다.

식약처는 치약에 사용된 문제의 성분이 극미량이라, 양치 등 치약 사용 때 삼키더라도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한다. 또 미국에선 치약 등에 보존제로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고, 유럽에서도 15ppm까지는 치약 제조에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해당 제품을 지금까지 써왔어도 인체에 해가 없다면 천만다행이겠다. 하지만 독성에 대한 연구가 여전히 진행 중인데 식약처가 안전하다고 단정해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그런 식으로 얼버무린다고 엉터리 관리에 면죄부가 주어지진 않는다.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신뢰, 정부의 안전관리에 대한 신뢰는 이미 땅에 떨어졌다. 제조업체와 식약처 모두 책임이 무겁다. 해당 성분은 국내에선 치약에 사용이 금지돼 있다. 이정미 의원(정의당)은 아모레퍼시픽이 치약 수출을 위해 미국 식품의약청(FDA)에 제출한 인증자료에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함유됐음을 밝혔고, 이를 단서로 국내 치약에 해당 성분이 들어 있음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를 보면, 미원상사에서 공급받은 계면활성제에 해당 성분이 들어 있다는 걸 치약제조업체들이 몰랐을 것 같지 않다. 미국 식약청은 다 파악하고 있는 것을 우리나라 식약처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도 기가 막힌다.

문제의 성분이 든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가 920명이 사망하고 4000여명이 상해를 입었다. 돈만 밝힌 업체의 부도덕한 범죄를 막지 못한 것은 땅을 칠 일이다. 정부가 엉터리로 대처한 게 억울한 피해자를 크게 늘렸다. 이번에 드러난 ‘가습기 살균제 치약’은 정부의 엉터리 관리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경위를 상세히 밝혀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나아가 정부는 생활 속 화학물질을 전면 점검하고, 안전관리 체계도 혁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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