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옥시 편든 실험보고서 써준 교수 실형 확정

대법, 원심대로 징역 1년4개월 선고
“배임수재죄와 사기죄 인정에 충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폐 손상이 곰팡이 때문에 발병했을 수 있다’는 내용의 실험보고서를 써주고 옥시레킷벤키저(옥시)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호서대학교 교수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26일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유아무개(62)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4개월과 추징금 24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옥시와 호서대학교 산학협력단 사이에 체결된 가습기살균제 노출평가실험 연구계약의 연구책임자인 유 교수가 2011년 9월 옥시로부터 유리한 방향으로 실험과 연구를 해달라는 취지의 묵시적인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12개월 동안 매월 200만 원씩 자문료 명목의 돈을 받은 행위는 배임수재죄에 해당한다”는 원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유 교수가 작성한 최종보고서의 내용이 허위가 아니라고 해도 부정한 청탁으로 대가를 받았다면 범죄가 성립한다"며 "연구용역 계약이 체결된 정황을 보면 유 교수가 묵시적으로라도 부정한 청탁을 받은 것으로 보이고, 자문료 명목으로 받은 2400만원에 일부 자문료 성격이 포함돼 있더라도 부정한 청탁의 대가라는 성격을 지닌다"고 판단했다. 이어 "사기 혐의와 관련해서도 유 교수가 인건비·자재비 등의 명목으로 돈을 편취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옥시로부터 지난 2011~2012년 ‘가습기살균제 노출평가 시험 및 흡입독성시험’ 연구 의뢰를 받고, 옥시 쪽에 유리하게 실험보고서를 작성한 뒤 2400만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또 실제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연구원을 허위로 등록해 인건비를 청구하거나 연구와 무관한 기자재를 사들이는 등의 방법으로 옥시에서 받은 1억여원의 연구비 중 6800만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유 교수가 유리한 실험결과를 만들기 위해 2011년 말 옥시 직원의 집에서 창문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 흡입독성 실험을 한 것으로 파악했다.

여현호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