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23 10:27
수정 : 2019.08.23 21:59
“증거 인멸로 실체적 진실 파악에 지장 초래…중형 불가피”
고광현 전 대표에 징역 2년6개월
증거인멸 총괄한 전직 전무는 징역 1년
재수사 끝 8년만에 검찰 수사 종결…
관련자 34명 재판에
2016년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자료 폐기를 지시하고 직접 실행한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이 지난해 재수사를 시작해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업체 관련자를 대거 기소한 뒤 나온 첫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홍준서 판사는 23일 증거인멸 혐의 등으로 기소된 고 전 대표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증거 인멸 및 은닉 실행을 총괄한 양성진 전 전무는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양 전 전무 지시를 받았던 이아무개 팀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홍 판사는 고 전 대표에게 실형을 선고하며 “우리사회에 큰 문제를 야기한 가습기 살균제의 생산 및 유통에 있어 애경 관계자의 형사 처벌 법리를 판단할 증거를 인멸해 실체적 진실 발견에 지장을 초래했다. 피고인의 역할과 범행 과정,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실형으로 행위에 상응하는 형벌에 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 전 대표는 2016년 2월 검찰의 가습기 살균제 수사가 시작된 직후부터 같은 해 10월 국회 국정조사에 이르기까지 애경산업 및 산하 연구소가 가지고 있던 관련 자료를 폐기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검찰 압수수색에 대비한 대응방안을 보고받거나 증거인멸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홍 판사는 양 전 전무 등 임직원들의 진술에 비춰 “고 전 대표가 증거인멸 및 은닉에 관한 작업 상황을 보고받고, 회사에 남은 불리한 자료를 판단해 포렌식 작업을 실시한 점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고 전 대표의 지시와 승인 없이는 하급자들이 증거 인멸을 결정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고 전 대표 등으로부터 증거 인멸에 관한 포괄적 지시를 받은 양 전 전무에 대해서도 “다른 직원들과 지시를 수행하면서 폐기 상황을 고 전 대표에게 보고하는 등 증거인멸 및 은닉 행위를 총괄해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 7월 가습기 살균제 재조사를 마무리하고, 2016년 첫 수사에서 처벌을 면했던 책임자 34명을 기소했다.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 및 판매한 에스케이 케미칼 홍지호 전 대표와 애경산업 안용찬 전 대표를 포함해 정부 내부 정보를 누설한 혐의를 받는 환경부 서기관도 모두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 발생 8년만의 수사 종결이다.
한편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오는 27일부터 이틀간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을 위한 공개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특조위는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 최창원 전 에스케이 케미칼 대표 및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윤성규 전 환경부 장관 등 증인 80명과 참고인 18명을 청문회 대상자로 채택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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