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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5.13 19:37 수정 : 2016.05.16 10:22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현재 추세라면 고용 인력이 모두 20만명에 이르는 조선업에서 수만명의 대량 해고는 불가피해 제2의 쌍용자동차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를 막으려면 정규직 노조가 전체 노동자의 고용 유지를 위해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고통분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임단협에서 9만여원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10일 열린 노사 상견례에선 양쪽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고 한다. 현중은 극심한 경영난으로 인해 구조조정에 직면해 있다. 경영난이 본격화된 2014년 이후 2년간 누적 영업적자가 5조원에 육박한다. 지난해 1차 희망퇴직으로 이미 1300명의 사무직이 회사를 떠났다. 9일부터는 2차 희망퇴직 접수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대상이 3000명 선에 이를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한 임원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다.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말한다.

전체 고용인력의 70%를 차지하는 비정규직에 대한 인력 구조조정은 진작에 소리소문 없이 시작됐다. 이들도 정규직과 함께 일했고, 생계를 책임져야 할 아내와 어린 자식들이 딸려 있건만, 단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항의 한번 제대로 못한 채 길거리로 나앉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이를 두고 ‘소리 없는 살인’이라고 부른다. 회사는 침몰 직전의 위기이고, 사무직과 비정규직 동료들에게는 구조조정의 칼날이 떨어지는데, 생산직 중심의 노조가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모습이 국민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까?

현중 노조는 “노동자들은 이전 호황기부터 회사를 위해 책임을 다해왔다”고 항변한다. 맞는 말이다. 현중은 2013년 불황이 엄습하기 이전에는 당기순이익이 최대 10조원에 육박하는 초우량 회사였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은 2013년까지는 19년 연속으로 노사분쟁 없이 임금협상을 마무리지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변했다. 현중 노조도 사무직 희망퇴직은 사실상 강요된 집단해고라고 반대한다. 또 하청 노동자들의 눈에서 피눈물이 흐른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는 오히려 다른 동료들의 일자리를 더욱 위협하는 일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구조조정 시기에는 노조가 조합원만이 아닌 비정규직을 포함한 노동자 전체의 대표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조합에 타격을 주고, 미래 노동운동도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2009년 쌍용자동차 사태는 회사가 25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을 한순간에 정리해고하자, 노조가 76일간 공장 점거농성을 벌이면서 수많은 사람이 다치고 구속당한 충격적인 사건이다. 총 고용인력이 20만명에 이르는 조선업의 경우 현재 추세로 가면 수만명의 대량해고가 불가피해, 제2의 쌍용차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를 막으려면 기존 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배규식 선임연구원은 “노조가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임금을 줄이는 고통분담에 나서서 비정규직을 포함한 전체 노동자의 고용유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 노동운동의 큰 축이었던 현중 노조의 고통분담은 한국 경제의 당면 과제인 구조조정의 성공을 위해서도 긴요하다. 현중 노조가 움직이면 나머지 구조조정 기업 노동자들의 고통분담도 이끌어낼 수 있다. 또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요구하려면 경영 쪽의 고통분담은 필수다. 무엇보다 경영 실패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주주의 좀더 적극적인 고통분담을 압박할 수 있다.

곽정수 경제에디터석 선임기자
경영비리에 대한 엄중한 수사와 처벌도 전제조건이다. 검찰은 한진해운과 대우조선의 경영비리 수사에 착수했지만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현대상선의 경우 더 심각한 총수와 측근 인사들의 불법과 전횡에 대한 고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수년간 구조조정을 방치한 감독당국과 산업은행의 책임 추궁도 빠질 수 없다. 이런 일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수십조원으로 추정되는 혈세 투입에 동의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노조의 고통분담은 성공적인 구조조정의 전제조건들을 충족하기 위해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는 일이 되지 않을까?

곽정수 경제에디터석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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