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5.17 20:08
수정 : 2016.05.17 20:08
세계적인 선박 발주량 감소 영향
해양플랜트 사업 등 부실 부채질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실로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는 조선업계의 수주 잔고가 20조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선박 발주량이 늘던 시기에 앞으로 수주 잔량이 줄어드는 등 위험을 미리 감지할 수 있었음에도 이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조선업 위기의 의미와 교훈’ 보고서를 통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3개 조선사의 수주 잔고가 112조3000억원가량으로 2년 전보다 26조원정도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고 17일 밝혔다.
회사별로 보면 현대중공업은 2013년 수주잔량이 46조8000억원정도 됐지만 올해 1분기에는 34조원으로 10조원 이상 쪼그라들었다. 삼성중공업도 같은 기간 동안 수주 잔량이 43조90000억원에서 35조2000억원으로 감소했다. 대우조선해양은 47조6000억원에서 43조1000억원으로 5조5000억원가량 줄었다.
보고서는 전 세계적인 선박 발주량 감소가 수주 잔량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선박 발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볼 때 60%가량 줄었는데, 특히 컨테이너선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은 올 들어 아예 발주가 없을 정도다.
수주 잔량 감소 등을 미리 감지하고 대응책을 마련할 기회가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조선 산업 특성상 선박 계약 뒤 인도까지 2~3년이 걸리는 데다 선박 수명이 20년 정도로 길어 일시에 공급이 늘어나면 그 뒤 수주량이 급격이 줄 수 있다. 하지만 수주량 감소에 대비하는 대신 해양플랜트 사업 등에 뛰어든 것이 조선업계의 부실 증가를 부채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마지황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선박 공급이 크게 늘었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뒤에도 사모펀드 등의 선박 투자 규모가 늘면서 공급량이 줄지 않았다”며 “누적된 선박 공급 과잉으로 수주가 줄고, 해양플랜트 부실 수주 등에 따른 손실 등으로 조선업 업황은 더욱 안 좋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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