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5.24 19:00
수정 : 2016.05.24 20:36
산은 “협의회서 7천억원 규모”
용선료 협상 성공 못하면 효력 없어
법정관리와 자율협약 지속의 기로에 서 있는 현대상선에 대해 채권단이 출자전환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국외 선주들과의 용선료 인하 협상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다, 채무재조정을 위한 사채권자 집회도 남겨두고 있어 앞으로 험난한 가시밭길을 걸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상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24일 현대상선 협약채권(약 1조4000억원)의 절반을 출자전환하는 채무재조정 안건을 채권단협의회를 통해 가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안건은 채권 금융기관들 가운데 지분율 기준으로 75% 이상이 서면으로 동의하는 조건이다.
산업은행 등의 설명을 들어보면 채권단은 협약채권 가운데 일반 무담보채권은 60%, 회사채 신속인수제로 보유한 채권은 50%를 출자전환하기로 했다. 전체 출자전환액 규모는 7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채권단은 출자전환되는 채권 이외의 협약채권에 대해서는 5년 거치, 5년 분할 상환을 적용한다. 원금에 대한 이자도 조정하기로 했다.
출자전환 안건이 통과됐지만 현대상선의 앞날은 불투명하다. 지난 18일 국외 선주들과의 용선료 인하 협상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당장 31일과 새달 1일로 예정된 사채권자 집회에서 논의될 8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 연장 등 채무재조정 방안도 합의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다만 사채권자 집회 성립을 위한 요건(채권액의 3분의 1 이상 동의) 등은 이날 충족시킨 상태다.
현대상선이 진행 중인 조건부 자율협약은 국외 선주들의 용선료 인하와 사채권자들의 채무재조정 등이 이뤄지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조건을 달성하지 못하면 이날 의결한 출자전환 방안이 효력을 잃는 것은 물론 현대상선의 법정관리행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협상 마감 시한을 사실상 이달 말까지 연장한 가운데 현대상선은 개별적으로 해외 선사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용선료 협상에 대해 “낙관도 비관도 하고 있지 않지만 쉽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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