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전남 해남에서 만난 심복례(74)씨가 80년 5·18 때 남편이 사망한 뒤 살아온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다.(사진 왼쪽) 80년 광주에 침투한 북한 특수군으로 날조된 김 진순(86)씨가 지난 6일 전남 목포에서 만나 그동안의 분노를 털어놓고 있다.(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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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때 남편·자식 잃고 ‘북한군’ 날조된 두 여성의 분노
“그 뒤로 눈물이 없어졌소….”
지난 6일 오후 1시께 전남 해남군 산이면에서 만난 심복례(73)씨는 “볍씨 뿌리고 논에 물을 대고 왔다”고 말했다. 장화에 ‘몸뻬 바지’(일바지)를 입은 심씨는 장독대 옆에 삽을 놓으며 땀을 닦았다. 간척지를 임차한 논 1만9874㎡(6000평)의 농사를 인부를 사서 감당해온 지가 벌써 36년째다. “(남편이 떠난 뒤) 쟁기질 다 하고 농사지으며 그작저작 살았어. 슬프게 모질게, 아무 생각 없이…. ‘아굿발’(깡 또는 악바리라는 토박이말)로 살았제….”
안방에 걸려 있는 흑백사진 속의 남편은 40대 중반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의 남편 김인태(당시 47)씨는 1980년 5월21일 옛 광주교도소 부근 야산에 암매장됐다가 시민군에 의해 발견됐다. 80년 5월 남편은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내던 장남의 하숙집에 갔다. 하숙비를 주고 공용터미널로 가다가 공수부대원에게 맞아 숨졌다. “관에 피가 뚝뚝 떨어져 있고. 신하고 시계 봉께 알 것드마. 마지막 얼굴도 못 봤제…. 구묏에서 (신묘역으로 주검을) 옹길(옮길) 때 시상에 (뼈가) 황금빛이여.”
‘광수 139번’ 지목된 심복례씨남편 관 붙잡은 통곡 모습
김정일 첫째부인이라 날조
“그 뒤로 눈물이 없어졌소…” ‘광수 62번’ 지목된 김진순씨
아들 주검 찾아헤맨 사진을
북 리을설이 여장 침투 왜곡
“어찌나 치가 떨려서…” 광주 침투 북한 특수군 ‘광수’로
477명 몰아간 극우인사 고소 80년 5월 남편의 주검이 담긴 관 앞에서 울고 있던 심씨는 한 극우 인사에 의해 ‘광수 139번’으로 지목됐다.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해온 이 극우 인사는 80년 5월 사진 등 기록물에 나오는 사람들을 “‘광’주에 침투한 북한 특‘수’군 부대원”(광수)이라고 몰아 ‘광수 ○○○번’이란 번호를 붙여 인터넷에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지금까지 477명이 북한군으로 날조됐고, 광수의 숫자가 600명이 넘는다는 주장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 한 극우 인사는 외신기자가 찍은 사진 속에 나온 심씨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첫째 부인으로 알려진 홍일천(김형직사범대학 학장)이라고 주장한다. 심씨는 이 극우인사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80년 당시 주민등록 신고를 하면서 찍은 자신의 흑백사진을 증거로 제출했다 “부애(화라는 의미의 토박이말)가 나서 고소했소. 아니, 나를 간첩으로 몰아야 쓰냔 말이여?” ‘광수 62번’으로 지목된 김진순(86)씨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해 11월 사망한 리을설 북한군 원수로 날조됐다. 80년 5월 당시 독일 기자인 고 위르겐 힌츠페터가 상무관(옛 전남도청 앞)에서 아들의 주검을 찾는 그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었다. 이 동영상 등을 두고 리을설이라고 왜곡하고 있다. “리을설은 5·18 당시 광주 북한특수군 현장 지휘 총사령관으로, 여자로 변장해 활동했다”는 것이 일부 극우세력의 주장이다.
한 극우인사가 운영하는 ‘시스템클럽’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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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극우세력들 윤상원 최후까지 완벽한 사실 왜곡”
▶“5·18 민주화운동 부인·날조 처벌법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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