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5.18 국립묘지에서 열린 제36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마친 뒤 ‘님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인 윤상원, 박기순 열사의 묘를 찾아 참배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6.5.18 연합뉴스
고 윤상원 대변인 묘비 앞에 서 “진짜 미안합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금지된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김성식(58) 국민의당 정책위 의장이 끝내 울분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날 행사는 황교안 국무총리의 헌화와 기념사,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등이 이어진 뒤 20여분만에 마무리됐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합창단의 기념 공연 형식으로 연주됐고, 음악이 나오기 시작하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안철수·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 등은 서둘러 일어나 노래를 따라불렀다. 황교안 총리와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도 따라 일어났지만, 합창이 진행되는 내내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렇게 기념식이 끝나자 김 의장은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소리를 질렀다. 이어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래의 주인공인 고 윤상원 광주 시민군 대변인의 묘비 앞에 서선 “진짜 미안합니다!”라고 외친 뒤 흐느껴 울었다.
김 의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광주 민주화운동 정신을 제대로 선양하겠다는 의지는 전혀 없고, 국가 기념일이니 할 수 없이 행사를 한다는 정부의 그 모습이 있는 그대로 드러났다”면서 “묘소 앞에서 얼굴을 들 수 없었다”고 눈물을 흘린 이유를 설명했다. 김 의장은 “1980년 5월 계엄군이 광주를 둘러쌌을 때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회고하면서 “그런데 오늘 또 포위시킨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원래 넋을 달래고 민주주의 의미를 되세기는 공연들도 해왔는데 오늘은 마지못해서 한 행사로 보인다”면서 “전반적으로 너무 날림 행사여서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래 주인공의 묘비 앞에서 송구하고 죄송스런 마음에 견딜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정부의 태도에 대해 “어떻게든 민주주의 역사가 조명되고 아직 남아있는 민주주의의 과제를 성찰하는 것을 못 보겠다는 것”이라며 “1980년 5월처럼 지금도 광주 민주화 운동을 광주 안으로만 가두려는 게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대학 시절 유신철폐시위에 앞장섰던 김성식 의장은 졸업 이후에도 민주화운동을 하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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