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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5.17 16:50 수정 : 2017.05.17 21:38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1주기인 17일 저녁 범페미네트워크 회원들과 시민들이 서울 서초구 강남역 사건 현장 인근 거리에서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로 국화를 들고 침묵행진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1주기인 17일 저녁 범페미네트워크 회원들과 시민들이 서울 서초구 강남역 사건 현장 인근 거리에서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로 국화를 들고 침묵행진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17일 저녁 8시께, 퇴근을 재촉하는 발길이 끊이지 않은 서울 강남역 10번출구 앞에 흰 국화꽃과 추모 메시지가 담긴 포스트잇이 수북이 쌓였다. 지난해 5월17일 새벽 강남역 인근 상가 공용화장실에서 스물세살 여성이 흉기에 찔려 숨진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1주기를 맞아 열린 추모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우리의 두려움은 용기가 되어 돌아왔다”며 여성에 대한 혐오범죄와 성차별을 중단하라고 외쳤다.

이날 검은 옷을 입고 추모 문화제를 찾은 시민 800여명(주최쪽 추산)은 서울 신논현역 6번출구에 모여 추모사를 낭독한 뒤, 강남역 방향으로 약 800m 가량 침묵 행진을 했다. 사회를 맡은 여성인권단체 ‘강남역10번출구’의 이지원 활동가는 “이 자리에 피해자분의 부모님도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살해된 건물 앞에서 묵념을 마친 이들은 강남역 10번출구 앞에 도착해 추모 메시지가 담긴 포스트잇을 붙이며 헌화했고, 이후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는 의미의 행위극으로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어던졌다. 참가자들은 ‘여성혐오가 죽였다, 우리는 살고싶다’, ‘두려움을 용기로, 분노를 저항으로’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추모문화제에 다섯살 딸과 함께 참석한 김민설(36)씨는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멈춰달라고 목소리를 내는 현장을 딸에게 보여주고 싶었고, 그 중의 1인이 되고싶어 참석했다”고 했다.

지난 1년간 한국사회에 ‘여성혐오’라는 화두를 던졌던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1주기를 맞아 전국 곳곳에서 추모 문화제가 이어졌다. 범페미네트워크에서 진행한 이번 추모문화제는 서울 강남역과 대구, 부산에서 동시에 열렸다. 앞서 강남역 10번출구, 한국여성민우회 등 56개 여성·인권·시민사회 단체는 이날 낮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다시 포스트잇을 들다’라는 제목의 하루행동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가자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 여성들이 성차별과 여성혐오를 향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참가자들은 신촌, 홍대 인근에서 ‘여성폭력이 사소하지 않은 사회를 바랍니다’, ‘오늘도 살아서 여기에 있어요. 잊지 않을게요’등의 문구가 적힌 대형 포스트잇을 들고 행진했다.

온라인상에서 피해자를 추모하는 공간도 열렸다. 아이티(IT)업계에서 종사하고 있는 페미니스트 모임인 ‘테크페미’는 이날 누구나 익명의 추모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우리가 우연히 살아남은 1년 그 이후’라는 제목의 누리집(https://remember-160517.com)을 선보였다. 테크페미에서 활동하고 있는 옥지혜씨는 “온라인에도 추모공간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 추모누리집을 개설하게 됐다”고 했다.

황금비 기자, 최호진 교육연수생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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