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구멍뚫린 안전망
① 고용보험 사각지대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고용 형태가 적게는 70%, 많게는 80~90% 비정규직 종사자인데, 통영이 고용특구로 지정된다고 해서 우리 같은 비정규직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까? 만일 지금 현재 혜택을 받을 수 없다면 어떤 정책을 강구한다든지, 아님 바꿀 수 있습니까?”
2013년 경남 통영을 ‘고용촉진특별구역’(고용특구)으로 지정할 때 중형 조선소 노동자가 한국노동연구원의 한 연구자에게 던진 질문이다. 이 노동자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정부는 비정규직을 위한 어떤 대책도 강구하지 않았다. 3년 뒤 조선업 구조조정의 급물살이 거제, 울산까지 덮칠 태세지만 이 노동자의 질문에 정부는 여전히 답을 못하고 있다.
2008년 통영 6개 조선업체 워크아웃지역생산 1조원 줄고 대량 실업 2013년 ‘고용촉진특구’ 지정해
2년간 171억원 지원했지만
하청노동자는 아예 혜택 못받아
“발빠른 지원·비정규직 포함 중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통영 성장을 이끌었던 중형 조선업체가 위기를 맞았다. 대형 조선업체가 해양플랜트(원유 시추·생산 설비 분야) 등으로 이미 눈을 돌렸지만 중형 조선업체는 부실한 체력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통영에 자리한 조선업체 6곳 모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돌입했다. 2011년 10월부터 1년간 4개 조선소(성동, 에스피피, 신아에스비, 21세기조선)에서 3000여명이 실직했다. 대량 실업 사태는 지역경제를 뒤흔들었다. 2009년 3조2000억원에 달했던 지역총생산(GRDP) 규모는 1년 사이 1조원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대부분 조선업 때문이었다. 조선소 주변 음식·숙박업이 정상 영업을 포기했다. 통영시는 고용노동부에 ‘고용촉진특별구역’ 지정을 신청했다. 2013년 1월부터 2년간 통영은 고용특구로 지정됐다. 쌍용자동차의 구조조정으로 2009년 8월부터 1년간 경기도 평택이 고용특구로 지정된 데 이어 두번째였다. 2년간 171억원이 고용유지·지역고용촉진 지원, 직업능력 개발, 지역맞춤형 일자리 사업 등 고용 회복을 위한 정책에 투입됐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기업이 해고 대신 순환휴가·휴직 등의 방법을 통해 고용을 유지할 경우 지원되는데, 노동자의 휴가·휴직 기간 동안 하루 5만원 한도로 지원금이 나온다. 그러나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내하청노동자·재하청노동자(물량팀)는 지원 대상에서 배제됐다. 결국 이들은 통영을 빠져나가 거제 대우조선해양이나 삼성중공업의 해양플랜트 쪽으로 옮겨갔다. 지역고용촉진지원금은 전체 집행 실적도 적었고, 대상도 3~4개 업체를 제외하고는 어린이집과 병원 같은 곳으로 돌아갔다. 조선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는 지원 수단이 되지 못한 것이다. 통영시는 문화관광 기반시설을 늘리는 데 677억원을 쏟아부었지만 제조업만큼 고용 파급효과를 내지 못했다. 직업능력 개발에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은 휴업·휴직자를 대상으로 숙련 향상 교육을 실시했지만 교육 장소를 50㎞ 떨어진 진주 폴리텍으로 잡았다. 불편한 교통 탓에 참여율이 떨어졌다. 교육생을 모집하지 못해 수강생 67명 가운데 20명만 통영 조선업 실업자로 채웠다. 나머지는 진주 지역 주민이었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2009년부터 비정규직이 구조조정됐는데 지역 고용 수준이 최하점으로 떨어져서야 고용특구로 지정돼 골든타임을 놓쳤다”며 “또 1차적 고용 충격 대상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는 고용 유지나 이직 과정에서 정부의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통영의 경험을 거울삼아 고용부는 지난해 12월 특별고용지원업종 제도를 새로 도입했다. 지역 단위가 아닌 업종 단위로 지원하는 것이다. 고용특구 제도보다는 지정 요건이 유연해 정부 의지에 따라 좀더 신속하게 지원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물량팀 등 고용보험 미가입 노동자들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더구나 지난 3월 조선업 노동자단체에 이어 지난 13일에 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요구했지만 아직 고용부는 고용지원조사단도 꾸리지 못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6월에 지정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주 박태우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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