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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5.29 19:55 수정 : 2016.05.29 22:10

구조조정, 구멍뚫린 안전망
③ 수박겉핥기 훈련프로그램

통영도 10건중 중장비 2건 빼고 비슷
실직자 취업훈련 프로그램 ‘한계’
훈련기간 생계 어려운 것도 문제
좋은 일자리 취업 알선도 드물어
“산업수요에 맞게 재편·내실화를”

경남 통영의 한 중소조선소에서 크레인을 운전하다 지난 2월 실직한 박희준(가명·52)씨는 현재 실업급여를 받으며 고용노동부 고용센터와 고용정보시스템 워크넷 등을 통해 일자리와 훈련 프로그램 등을 알아보고 있다. 박씨는 “기존에 하던 일과 연관돼 있는 프로그램들이 있으면 좋겠는데, 마땅한 게 없다”며 “바리스타 교육 같은 게 많던데 젊은 사람들이면 모르겠지만, 우리 나이엔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용안전망의 큰 두 축은 실직기간 동안 기본적 생계유지를 위한 실업급여과 함께 실직자의 재취업을 돕기 위한 상담과 교육·훈련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른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라고 불리는 후자는 최근 기술발전과 산업구조 변화가 점점 빨라지면서 더욱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취업성공패키지’ ‘내일배움카드’ 등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교육 내용과 실제 취업 간의 연계율이 떨어진다는 점, 정부 알선을 통한 일자리 질이 떨어져 고용유지율이 낮다는 점 등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취업·재교육 프로그램들을 산업수요에 맞게 재편하고 내실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고용유지율 낮은 취업성공패키지 우리 정부의 대표적 취업지원 프로그램으로는 2009년부터 운영하는 ‘취업성공패키지’를 들 수 있다. 저소득층 등 취업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1유형과 일정 요건을 갖춘 청년과 중장년을 대상으로 한 ‘2유형’(2012년 시작)이 있다. 1유형은 전국 고용센터에서 직접 운영하고, 2유형은 민간기관에 위탁을 해서 운영한다. 구직 의욕을 높이고 직무적성을 고려해 취업계획을 짜는 1단계, 이를 바탕으로 필요한 능력을 쌓는 2단계 직업훈련, 3단계 취업 알선으로 이뤄진다. 참여 인원이 매년 늘어 2014년엔 19만명이 참여했고, 취업률도 60%를 달성해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예산은 2008억원이었다.

그러나 2014년 취업성공 패키지를 통해 취업한 사람들의 비율은 60.1%, 이 중 6개월 이상 고용이 유지되는 비율은 61.8%에 그쳤다. 취업을 해도 열 명 가운데 넷은 6개월이 되기 전에 그만두는 셈이다. 월 급여 150만원 이상인 일자리 취업률은 39.2%였다. 취업성공패키지 참여인원 절반 남짓이 저소득층인 ‘유형 1’임을 고려해도, 새로 구하는 일자리 질이 그리 좋지 않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민간위탁기관에서 상담업무를 하고 있는 김아무개씨는 “상담원 1명당 구직자수가 1년에 120명, 많게는 200명에 달하는 등 업무량이 매년 늘어 구직자 상황에 맞는 상담과 취업알선에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매년 민간위탁기관에 대해 참여자수, 취업률을 기준으로 성과평가를 하기 때문에 ‘머릿수 채우기 식’ 지원을 하게 되는 경향도 있다. 김씨는 “취업이 절박하지 않은데도 직업훈련 혜택을 받기 위해 참여하는 이들이 있어 역량이 분산된다.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교육 따로 일자리 따로 ‘내일배움카드’ 2단계 직업훈련과 관련된 프로그램 중 대표적인 것은 2010년부터 시작한 내일배움카드다. 실업자·구직자들에게 최대 300만원의 직업훈련비용을 정부가 지원해준다. 지난해 4840억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기계·전자·통신 등 국가기간·전략산업 직종훈련과 이미용·음식조리·패션 등 서비스 직종 중심의 일반 내일배움카드로 나뉜다. 2014년 13만8000여명이 훈련을 받아 45.7%가 취업에 성공했다.

그러나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3월 취업성공패키지를 통해 내일배움카드 등 직업훈련을 받았던 26만6332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훈련받은 업종과 유사한 업종(업종 중분류 기준)으로 취업한 사람은 34.1%에 그쳤고, 나머지는 무관한 업종으로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훈련과 취업한 업종이 일치하면, 취업에 소요되는 기간이 25일 짧아지고, 퇴사율도 12%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훈련에 맞는 일자리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김혜원 한국교원대 교육정책대학원 교수(경영학)는 “구직자 적성이나 경력에 적합한 훈련을 해야 실제 취업과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취업성공패키지 민간위탁기관 성과평가를 할 때 단순 취업률이 아니라 직업훈련과 연계된 취업을 하는지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 “산업수요 맞는 훈련프로그램 필요” 지역·산업별 수요에 맞는 직업훈련 과정이 다양하게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고용부가 운영하는 직업훈련포털(www.hrd.go.kr)에서 앞으로 석달 동안 개설 예정인 교육 과정을 검색해보니, 구조조정이 예고되고 있는 조선업 주요 거점 도시에 조선업 노동자들의 경력과 적성을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직업훈련 과정은 많지 않았다. 경남 거제시는 모두 10건 가운데 조리 6건, 컴퓨터 3건, 미용 1건이 개설돼 있었다. 통영은 10건 가운데 조리 2건, 헤어네일 4건, 바리스타 1건, 중장비 2건, 사무행정 1건이 개설돼 있다. 울산은 전체 88건 가운데 조선 노동자 경력과 관련있어 보이는 교육은 용접·선반 5건, 산업안전 2건, 중장비 운전 5건에 불과했다.

훈련기간 중에는 생계가 어려운 점도 문제다. 취업성공패키지는 참여수당 월 20만~25만원, 내일배움카드는 훈련장려금 월 11만원 정도를 주는 데 그친다. 실업급여를 받는 경우에는 이런 수당을 받지 못한다.

강순희 경기대 교수(노동경제학)는 “국가 차원의 산업수요와 구직자의 수요를 동시에 고려해 수요가 적은 분야는 과감히 축소하고 지역별·산업별 상황에 맞춘 직업훈련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 지원 훈련기관에 대한 성과평가도 더 체계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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