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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6.13 19:25 수정 : 2016.06.13 22:16

거제 통영 고성 등 폐업 잇따르면서
하청노동자, 국가 체당금 신청하려 비싼 수수료 내
서울 노무사까지 내려와 ‘특수’ 누려

김민수(가명·43)씨가 다니던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는 지난 2월15일 문을 닫았다. 원청에 남아 있는 기성금(공사대금)과 보증금을 확보했는데도 노동자 90여명이 받지 못한 임금과 퇴직금이 10억원 가까이 됐다. 김씨는 다른 직원들과 함께 체당금을 신청했다. 체당금이란 사업주가 도산해 노동자에게 임금과 퇴직금을 주지 못하는 경우 국가가 대신 지급하는 돈이다. 상한액(1800만원)이 정해져 있어 체불된 임금의 50~70% 정도 받는데 김씨 등 노동자 90명이 신청한 체당금은 6억여원이었다. 그러나 신청 절차가 워낙 복잡해 수수료 4.5%를 주고 공인노무사에게 맡겼다. 김씨는 “떼인 임금과 퇴직금 받는데 수수료까지 내라니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조선업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거제시와 통영시?고성군 등에서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노동자와 체당금 신청이 급증하면서 공인노무사들이 ‘슬픈 호황’을 누리고 있다.

13일 고용노동부 체불임금 현황 통계를 보면, 올 4월까지 거제·통영·고성 지역의 임금체불 신고액은 1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4억원)보다 2배 늘었다. 거제지역만 따지면 71억원으로 지난해(10억원)의 7배에 달했다. 체불임금 늘어남에 따라 통영고용노동지청의 체당금 신청액도 49억8천만원에 이르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19억2천만원)나 늘어난 것이다.

거제·통영·고성 조선소 하청노동자 살리기 대책위원회(대책위)는 “지난 4월 대우조선해양에서만 10여개 업체가 폐업했고 이제 임금체불과 급여삭감은 일상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설명했다. 하청업체는 폐업 2~3일 전에야 “임금을 지급할 돈이 없다. 체당금을 신청하라”고 통보한다. 하청노동자들은 절차도 모르고 생계를 위해 다른 곳에 당장 취업해야 하기에 체당금 신청을 공인노무사에게 맡기는데 수수료가 적게는 4~5%, 많게는 9~10%나 된다.

김이춘택 대책위 정책홍보팀장은 “체당금 신청이 급증하면서 서울의 노무법인까지 내려와 ‘체당금 특수’를 누리고 있다”며 “국선노무사 제도를 확대해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체당금 수수료 부담을 덜어달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2012년부터 ‘상시근로자 10명 미만 사업장’에서 ‘월평균 임금 250만원 이하’를 받는 노동자에 대해서는 국선노무사가 체당금 신청을 무료로 대행해주고 있다.(체당금 조력지원제) 그러나 조선소 하청업체는 대부분 10명 이상이기 때문에,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은 국선노무사를 이용하기 어렵다.

1차 하청업체로부터 재하청을 받아 일하는 조선소 비정규직 노동자인 ‘물량팀’은 체당금 지급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대부분 신청조차 못한다. 체당금은 사업주가 6개월 이상 사업을 지속했을 때만 지급되는데 물량팀은 여러 현장을 옮겨다니며 짧은 기간에만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계약 기간도 평균 3개월이다. 김이춘택 팀장은 “건설일용노동자의 경우 지난해 7월 시행령을 개정해 하청 건설업자가 아니라 공사를 도급한 원청 건설업자를 기준으로 ‘6개월 이상 가동’을 판단하고 있다”며 “조선업 물량팀도 원청이나 1차 하청업체를 사업주로 보고 고용부가 체당금을 지급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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