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2.07 19:25
수정 : 2006.02.10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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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발표 주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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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억 사회헌납·구조조정본부 축소 등 투명경영안 발표
참여연대 등 “의미있는 변화·근본 해법 미흡”
삼성이 한국 사회에서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비대해졌다는 이른바 ‘삼성공화국’ 비판에 대해 이재용씨 등이 얻은 이득을 사회에 되돌리는 것 등을 뼈대로 한 해법을 내놨다. 삼성이 그동안 ‘엑스파일’ 사건과 삼성에버랜드 유죄 판결 등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제기된 비판을 흘려듣던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대책을 내놓음으로써 해결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핵심인 세금 없는 대물림과 전근대적 소유지배구조 문제는 비켜가, 논란을 완전히 씻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은 7일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표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불법 대선자금 제공,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안기부 엑스파일 파문 등에 물의를 일으킨 점을 사과하면서 모두 8천억원 상당의 사회기금 헌납, 그룹 구조조정본부 축소 및 계열사 독립경영 강화 등을 담은 대책을 내놓았다. 8천억원에는 이재용씨 등 이건희 회장의 자녀들이 계열사 주식을 헐값에 인수해 얻은 이득 1300억원과 고 이윤형씨의 재산을 포함해 가족들이 기부하는 2200억원, 그리고 2002년 세운 ‘삼성 이건희 장학재단’ 기금 4500억원이 포함된다. 또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그동안 삼성공화국론의 빌미가 됐던 구조본 내 법무실을 분리하는 등 구조본 인력을 150명 선에서 100명 미만으로 줄이기로 했다. 계열사 독립경영을 강화하고, 금융계열사의 사외이사 수를 절반 이상으로 확대하는 조처도 약속했다. 또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을 강화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헌법소원 등 정부 관련 소송을 모두 취하하기로 했다. 삼성은 순수 사회복지 등에 2천억원을 투입하는 등 사회 이바지도 강화하고, 삼성에 대해 쓴소리를 해줄 각계인사들로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을 꾸리겠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성명에서 “삼성이 그동안 불법행위에 대해 침묵해온 것에 비춰보면 의미있는 변화”라고 평가했다. 정부와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들은 환영한다는 논평을 내놨다. 이학수 본부장도 “과거 잘못된 관행에 대한 반성과 함께 그동안 현안문제들에 대한 참여연대 등의 지적을 수용했다”고 강조하며, 논란이 종식되기를 바랐다. 삼성으로서는 논란이 계속되는 한 그룹의 최대 현안인 이재용씨 경영권 승계가 순조롭게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인식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참여연대 등은 삼성의 해법이 근본 해결책으로는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문제의 본질은 금융계열사를 통한 지배와 배임에 의한 2세 승계를 합법화하기 위해 법과 원칙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이재용→에버랜드→생명→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해결책이 전혀 없고, 취득 당시 부당이득 환원만으로는 세금 없는 대물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쟁점인 삼성차 부실 책임, 무노조 경영에 대해 아무런 해법 제시가 없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곽정수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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