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손실보전 기대…박영선의원 예보사장등 고발
이건희 삼성 회장이 자녀들의 재산과 계열사 출자분을 합쳐 8천억원을 사회에 헌납하기로 발표하자 삼성자동차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특히 삼성차 채권단은 이 회장이 스스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선언한만큼 삼성차 부실경영으로 채권단에 안긴 손실에 대해서도 조처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채권단 간사회사인 서울보증보험 관계자는 8일 “이건희 회장이 사재를 조건 없이 내놓기로 결정하기 이전에 경영자로서 진 빚을 먼저 갚는 게 순서”라며 “비록 채권단에서 지난해 연말에 삼성차 손실금 반환소송을 내 법정분쟁으로 비화했지만 이 회장과 삼성 쪽의 태도로 봐서는 곧 전향적인 해법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보증보험 등 14개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삼성차 채권단은 지난해 12월 이 회장과 삼성계열사를 상대로 ‘삼성차 부채 원금 2조4500억원과 연체이자 2조2880억원 등 모두 4조7380억원을 상환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법원에 냈다. 채권단은 1999년 삼성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부채 2조4500억원을 탕감해주는 대가로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주당 70만원으로 계산해 넘겨받기로 합의했다. 당시 이 회장과 삼성계열사들은 삼성생명 주식으로 채권단의 손실을 전액 보전하지 못할 경우 나머지 차액도 책임을 지기로 했다. 그러나 삼성생명 주식의 현금화는 이뤄지지 않았고, 채권단 손실의 상당부분은 공적자금을 들여 메웠다. 삼성의 자동차사업 경영실패의 뒤처리를 국민 세금으로 감당한 것이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삼성차의 부실이 이처럼 국민 부담으로 전가된 과정을 두고, ‘재벌의 황제경영이 빚은 전형적인 폐해’라며 채권단 손실의 반환은 물론 재발방지 차원의 경영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해 왔다. 민주노동당은 7일 삼성의 발표에 대한 논평에서 “퇴행적인 지배구조에서 파생한 제왕적 경영권의 행사와 비호행위가 정치·사회문제가 될 때마다 삼성이 내세운 면피성 대책과 다름없다는 의구심을 갖는다”며 “바로 외환위기 때 삼성차 부실과 관련한 이건희 회장의 약속이 이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삼성 쪽은 삼성차 부실에 대해서는 여전히 ‘법대로 하자’는 분위기다. 삼성 관계자는 “경영상의 실패에 대해서는 주식회사 원리에 맞게 책임을 져야 하며, 특히 삼성차 채권단의 요구를 수용하는 문제는 사회적 책임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삼성차 부실에 대해서는 채권단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다. 한편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박영선 열린우리당 의원은 예금보험공사가 삼성차와 삼성상용차 부실책임에 대한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장과 특별조사단장을 8일 검찰에 고발하고 감사원 감사를 의뢰했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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