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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08 21:58 수정 : 2006.02.10 15:08

사설

재벌한테는 검찰뿐 아니라 법원도 허약했다. 수백억원대의 회사 공금을 횡령하고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기소된 두산그룹 총수 일가와 전·현직 임원들에게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검찰의 불구속 기소에 이어 법원도 재벌 봐주기 대열에 동참한 것이다.

두산그룹 총수 일가가 보인 행태는 도덕적 해이의 극치다. 회삿돈을 개인의 사유재산처럼 주무르고,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만들어 흥청망청 생활비 등으로 유용했다. 재판부도 피고인들의 이런 파렴치한 행위에 대해 모두 유죄를 인정했다. 유죄가 확인됐다면 마땅히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함은 상식이다. 죄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차원뿐 아니라 폐쇄적 소유지배 구조 위에 온존하고 있는 다른 재벌한테 경종을 울려주기 위해서도 엄격한 법의 심판은 필수적이다. 그런데도 법원은 ‘정상 참작’을 이유로 집행유예를 합리화했다. 힘없는 서민에게는 가을 서릿발처럼 매서운 검찰과 법원이 재벌한테는 봄날의 훈풍처럼 따뜻하고 너그럽기 짝이 없다.

검찰은 애초 두산그룹 총수 일가 불구속 결정에 대한 비판이 거세자 “사법부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말로 빠져나갔다. 하지만 법원의 솜방망이 판결에도 검찰은 실망하는 기색이 전혀 없다. 검찰이 첫단추를 잘못 끼웠거나 법원은 잘못을 바로잡기는커녕 검찰의 의도를 그대로 따랐다. 검찰과 법원이 이심전심 짜고 예정된 진로를 따라 재벌 총수 일가 보호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법의 생명은 형평성과 일관성이다. 일반서민과 재벌에게 들이대는 법의 잣대가 서로 다를 때 법의 권위는 무너진다. 법원이 강조하는 법적 안정성도 기약할 수 없다. 법원의 이번 판결이 우리 사회의 법 허무주의 확산에 기여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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