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뒤 회사가 공중분해된 조성구 전 얼라이언스시스템 사장(왼쪽)과 엘지텔레콤과 특허분쟁을 벌이는 김성수 서오텔레콤 사장이 그동안 대기업을 상대로 싸워 온 힘겨웠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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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대책협 꾸린 김성수 사장·조성구 전 대표
“상생 말잔치 뒤 중소기업들 신음 다윗의 승리는 성경책에나 있더라” “상생을 외치는 대기업들의 화려한 말잔치 뒤에는 중소기업들의 신음소리가 있습니다. 더 잃을 것도, 바랄 것도 없어요. 숨을 죽이고 있는 수많은 중소기업들을 대신해 목소리를 내고 싶을 뿐입니다.” 중소기업 사장들이 대기업의 횡포에 손을 맞잡고 나섰다. 엘지텔레콤과 특허분쟁을 벌이고 있는 서오텔레콤의 김성수 사장과 국내 최대의 시스템통합업체(SI) 업체인 삼성SDS를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던 조성구 얼라이언스시스템 전 대표가 최근 ‘대-중소기업피해대책협의회’를 꾸린 것이다. 김 사장은 3년째 싸움을 이어가고 있고, 정보기술업계의 ‘다윗’으로 주목받았던 조 전 대표는 결국 ‘골리앗’의 손아귀에 무너졌지만, 오랜 싸움과 처참한 패배는 이들에게 오히려 투지와 오기를 불어넣었다. 이들은 피해 중소기업인들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교수 등 전문가들로 이달 말 협의회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현역 중소기업 사장 서너명도 실명을 밝히고 참여할 예정이다. 1월말 협의회 공식 출범 이들은 일단 중소기업들의 피해 사례를 모아 적극적으로 알리고 대책을 마련해가는 데 활동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기업으로부터 피해를 당할까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지만 비공개로 참여하겠다는 중소기업인들은 수십명에 이른다. 이들을 조직해 네트워크화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김 사장은 “대기업과 특허 분쟁을 벌이면서, 그동안 몰랐던 불합리한 관행에 눈을 뜨게 됐다”고 설명한다. 김 사장은 2001년 긴급 상황에서 버튼 하나로 전화를 거는 비상호출 특허를 출원했다. 2003년 엘지텔레콤에 협력 제안을 하면서 기술 자료를 보냈는데 1년 뒤 엘지텔레콤이 내놓은 휴대전화 구조요청 서비스가 자신의 특허와 비슷해 엘지텔레콤을 검찰에 고발했다. 서오텔레콤은 1심과 2심에서 14개 특허 가운데 6개를 인정받아 특허를 유지했고, 엘지텔레콤은 이달 초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그는 “대기업들이 여는 특허 전략 세미나를 가보니 중소기업의 허점을 공격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었다”며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라고 비판했다. 조성구 전 대표는 “‘다윗의 승리’ 따위는 성경책에나 있더라”며 쓴 웃음을 짓는다. 문서를 이미지로 변환시켜 쉽게 열람할 수 있도록 한 ‘페이퍼리스(paperless)’ 프로그램으로 국내 금융권의 90% 이상을 장악했던 얼라이언스시스템은 지금은 직원 한명 없는 유령회사가 되어 있다. “지난 2002년 삼성SDS가 우리에게 ‘300명 사용자’ 조건이라며 소프트웨어를 6억원대에 공급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은행 입찰에는 ‘무제한 사용자’ 조건으로 참가했다는 말이 들려오더군요. 그런 조건이라면 70억원 이상 받아야 하거든요.”
수십여명 비공개 참여뜻 하지만 검찰은 조 전 대표가 삼성SDS를 상대로 낸 고소사건을 불기소 처분을 했다. 검찰의 처분을 납득할 수 없어 항고에 재항고까지 해봤지만 시간만 흘렀다. “지난해 12월 대검찰청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결정을 내렸어요. 재판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끝나버렸습니다.” 그동안 매출은 뚝 떨어졌고 지난해 11월 삼성쪽 협력업체 사장이 대부분인 사외이사들이 조 사장의 대표이사직을 박탈했다. 남은 것은 회사 빚 43억원 뿐이지만 “이런 피해가 더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협의회 구성에 나섰다. 김 사장은 “앞으로 대기업과 사업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걱정이 들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며, 조 전 사장과 손을 맞잡았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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