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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15 16:11 수정 : 2020.01.15 19:38

12일 호주 남서부 해안의 투폴드만에 인접한 도시 에덴과 인근 지역 곳곳에 산불이 빨간 산불이 맹렬하게 번지고 있는 모습을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모습. 에덴/ AP 연합뉴스

검붉은 대기에 공기 오염 심각…천식 환자 늘어
42℃ 무더위에 창틈 밀봉…한때 공항 폐쇄도
정부, 마스크 나눠주며 건강 영향 조사에 착수
호흡기 전문가 “장기간 연기 노출은 흡연 같아”

호주 오픈 테니스도 선수 기권에 파행 진행
금주 비 예보…진화엔 도움, 수질 오염 우려도

12일 호주 남서부 해안의 투폴드만에 인접한 도시 에덴과 인근 지역 곳곳에 산불이 빨간 산불이 맹렬하게 번지고 있는 모습을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모습. 에덴/ AP 연합뉴스
지난해 9월 발생한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륙의 산불이 무려 5개월째 이어지면서 주민들의 호흡기 질환 등 건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호주 동남부의 대도시 시드니와 멜버른에선 전자 기기가 전파 교란을 일으키고, 수도 캔버라에선 공무원들이 메케한 공기 탓에 숨 쉬는 게 힘들어 한때 관공서들이 문을 닫았다고 <에이피>(AP) 통신이 15일 보도했다.

평소 맑고 푸른 하늘을 자랑하던 호주의 대기는 온통 검붉은 잿빛으로 변했고, 남반구의 여름철 태양은 눈부신 빛을 잃고 마치 숯불처럼 벌겋게 달아올라 흐리게 번진다. 사람들이 탁한 공기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질 경우 장기적으로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캔버라 주민 소냐 코너는 3살배기 딸을 집안에만 가둬놓고 창문과 문 틈새로는 바깥 공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테이프로 밀봉했다. 바깥 기온이 섭씨 42도를 오르내리는 가운데 숨 막히는 더위와 유독성 공기의 차단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코너는 <에이피> 통신에 “내 딸은 다행히 아직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지만 나는 폐와 목구멍(기도)에 이상함을 느낀다”며 “앞으로 일어날 장기적인 효과를 누가 알겠느냐?”고 말했다. 숲과 호수를 낀 행정 도시 캔버라는 최근 몇주 새 세계 최악의 공기 오염 도시로 이름을 올렸다.

멜버른에선 15일 산불 연기가 상공을 덮치면서 한때 공항 운영이 차질을 빚기도 했다. 짙은 연무로 가시거리가 급격하게 짧아진 탓에 활주로 2개 중 하나를 폐쇄하면서 항공편 수십편이 취소되고 이·착륙도 지연됐다.

호주 남동부의 항구도시 멜버른의 하늘이 지난 9일(왼쪽)만 해도 청정한 푸른 빛이었으나, 대형 산불이 내뿜은 연기가 밀어닥친 14일(오른쪽) 희뿌연 잿빛으로 덮여 있다. 멜버른/로이터 연합뉴스
산불 연기에 뒤덮인 도시들에선 병원마다 생전 처음 천식 증상을 보인 환자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호주 정부는 미세먼지 방지 마스크 350만개를 무료로 나눠주는 등 주민 건강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호주 보건당국은 산불 연기가 인체 건강에 미칠 장기적 영향에 대한 조사 연구에 나섰다.

호주·뉴질랜드 흉부외과학회의 브루스 톰슨 회장을 비롯한 호흡기 질환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에 따른 산불이 연례적인 현상이 될 경우 심장과 폐 질환뿐 아니라 암 발병률까지 높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멜버른에 거주하는 톰슨 회장은 자신도 눈이 가렵고 콧물이 흐르는 증상을 겪고 있다며 “지금 우리는 폐가 좋아하지 않는 환경에서 숨 쉬고 있으며, 이는 특히 호흡기가 취약한 사람들에게는 심각한 변화”라고 지적했다. 시드니 공대의 호흡기 질환 분자의학회 회장은 산불에 장기간 되풀이 노출되는 것을 흡연에 비유하며, 건조하고 더운 날에 산불 연기가 지속되면 흡연 관련 질환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해 첫 메이저 테니스 대회인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도 산불의 영향으로 이틀 연속 진행에 차질을 빚었다. 15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리는 예선 이틀째 경기는 오전 10시(현지 시각)에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산불로 인한 공기 악화 탓에 오후 1시로 미뤄졌다. 앞서 예선 첫날인 14일에도 스모그 현상 때문에 경기 시작 시각이 오전 11시로 한 시간 늦춰졌었다. 슬로바니아의 달리아 야쿠포비치 선수는 15일 여자 단식 경기에 출전했으나 기침과 호흡 곤란으로 경기를 포기하고 기권했다. 그는 호주 <에이비시>(ABC) 방송에 “우린 공기 오염에 익숙한 편이어서 중국이나 더 공기가 오염된 나라들에서도 시합을 한다. 그런데 이곳 연기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달 초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륙 전역의 산불 현황.
호주에선 지난 9월 처음 발생한 초대형 산불이 대륙 전역으로 번지면서 해안에 집중된 대도시 지역까지 위협하고 있다. 지금까지 27명이 숨지고 2600여채의 주택이 불탔으며 1000만 헥타르(10만㎢)가 넘는 숲과 들이 잿더미가 됐다. 서울시 면적의 165배에 이르는 엄청난 피해다.

한편 호주에선 이번 주중 상당한 규모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된 가운데, 호우가 호주의 산불 사태에 기회이자 또 다른 위기이기도 하다고 <로이터> 통신이 15일 보도했다. 비가 내리면 산불 진화에는 큰 도움이 되지만, 다른 한편으론 나무들이 잿더미로 변한 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데다, 흘러내린 빗물이 강과 호수 등 수원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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