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매점 운영 관련 수백억 추징금
롯데백화점 내 식당 7곳 지금도 운영
서씨 소유 건물에 롯데 계열사 입주
검찰, 그룹 정책본부 핵심 집중 조사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씨 모녀가 운영하는 업체가 여전히 롯데백화점 내 식당을 운영하고 롯데 계열사들과 부동산 임대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총수 일가에게 이익을 몰아주는 구시대적 경영 행태가 롯데에 대한 숱한 의혹을 낳는 배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972년 미스롯데로 뽑혀 이후 배우로 활동한 서씨는 80년대 초 38살 연상인 신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이 됐고 신유미씨를 낳았다. 한동안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던 서씨 모녀가 관심을 받게 된 건 2007년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쇼핑이 서씨가 실소유주인 유원실업과 신 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씨 등이 소유한 시네마통상·시네마푸드에 롯데시네마 극장 매점 운영권을 주면서 낮은 임대료를 받은 사실을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3억200만원을 부과했다. 2013년 재벌 그룹들의 총수 일가 일감 몰아주기가 큰 논란이 됐을 당시 롯데그룹은 이 업체들과의 계약을 해지했고, 이듬해 국세청은 이와 관련해 롯데쇼핑에 600억원대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서씨 모녀가 실소유주인 또다른 업체 유기개발과 롯데그룹의 관계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유기개발은 10여년 전부터 롯데백화점 서울 소공동 본점·영등포점·잠실점·부산본점 등에 입점한 7개 식당을 운영중이다. 또 영등포 롯데민자역사에서도 롯데리아 등 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 2월에는 신동빈 회장이 청년창업을 돕기 위해 만든 투자회사 롯데엑셀러레이터가 유기개발이 소유한 서울 삼성동 건물(지하 5층·지상 15층)에 입주했다. 롯데건설은 2002년에 산 서초동 건물(지상 5층)을 2012년 유원실업에 매각하기도 했다. 모두 롯데그룹이 회사의 이익보다 서씨 모녀의 이익을 우선시했다는 의심을 받는 내용들이다.
롯데그룹 쪽은 “2013년 이후 일감 몰아주기 지적을 받은 계약들을 정리하는 중인데 아직 백화점 내 일부 점포가 남아있다. 곧 정리될 것이다. 임대수수료는 다른 매장들과 동일한 수준이다. 부동산 계약도 주변 시세와 비슷한 수준으로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서씨 딸 신유미(32)씨가 호텔롯데 고문을 맡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고문은 대표이사 등 최고위 임원들이 퇴직 후 일정 기간 동안 맡는 자리다. 신씨는 경영을 한 경험도 없고, 일본에서 광고홍보 일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신씨가 언제부터 고문을 맡았고, 무슨 일을 하며, 급여를 얼마나 받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가족과 경영은 분리돼야 한다는 게 신동빈 회장의 확고한 뜻이다. 신 회장이 한-일 롯데그룹 경영을 장악한 뒤로 가족들 관련 문제를 정리해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롯데그룹 정책본부 전현직 임원 5~6명을 불러 조사하는 등 정책본부에 대한 집중 수사를 하고 있다. 16일에는 그룹 정책본부 지원실장을 지내면서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자금을 관리한 것으로 알려진 채정병 롯데카드 사장을 조사했고, 채 사장 후임인 이봉철 정책본부 지원실장도 조사해 오너 일가의 비자금 부분에 수사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정책본부가 4월부터 증거를 조직적으로 인멸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지시한 ‘윗선'을 추적하고 있다.
유신재 최현준 기자 ohora@hani.co.kr
[디스팩트 시즌3#7_롯데 비자금 수사, MB 정권 인사들 떨고 있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