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뉴스분석 왜?
롯데 수사의 배경과 전망
10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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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적 그룹 지배구조 실상 드러내
예전부터 수많은 갑질논란의 주역
총수간 분쟁은 대개 형사처벌로 결말
검찰 수사 칼끝 신동빈 겨냥했을 듯 과거 재벌수사와 달리 저인망식 수사
결정적 ‘한방’ 없는 게 아니냐 해석도
정치적 의도 담겼다는 시각 지배적
레임덕 방지와 현안 관심 돌리기 성공
검찰, 혐의 입증과 시간과의 싸움 과제 검찰은 지난 10일과 14일 각각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펼치며 롯데가 보낸 ‘초대장’에 응했다. 두 차례의 압수수색에 500명 가까운 대규모 수사인력을 동원해, 주요 계열사와 경영진의 사무실 등 30여곳을 샅샅이 뒤졌다. 창업자인 신격호 총괄회장과 그룹 총수인 신동빈 회장의 자택과 집무실도 예외가 아니었다. 검찰 수사의 칼끝이 최종적으로 신동빈 회장의 사법처벌을 겨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이 과연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검찰의 재벌 총수 수사를 여러번 지켜봤던 4대 그룹 전직 고위임원은 이번 검찰 수사와 이전 재벌 수사와의 차이점에 주목한다. “2003년 에스케이 비자금 수사 때는 검찰이 사전 제보를 통해서 관련 증거들이 그룹 연수원에 숨겨져 있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압수수색을 벌였다. 2013년 씨제이 비자금 수사 때는 이미 5년 전 그룹 재무팀장의 청부살인 의혹 사건을 수사하면서 결정적인 증거가 담긴 유에스비(USB)를 확보해놓고 있었다.” 이전 재벌 수사가 목표로 하는 대상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겨냥해 포착하는 핀포인트식이었다면, 이번 롯데 수사는 바닥을 훑는 저인망식 같다는 지적이다. 이는 검찰이 아직 신동빈 회장을 사법처벌할 수 있는 정도의 결정적인 혐의와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검찰은 펄쩍 뛴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롯데 경영권 분쟁 이후 장기간의 내사를 통해 확보한 한정된 범죄 혐의에 대해 수사하고 있고, 대규모 인력 투입은 속전속결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검찰이 압수수색 이후 언론에서는 롯데 비리 혐의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각종 비자금 조성 의혹, 계열사간 부당 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 혐의, 이명박 정권 시절 특혜 의혹 등 종류도 다양하다. 심지어 일본 주주회사들에 대한 배당과 관련한 국부 유출 논란 등 민감한 문제들도 제기됐다. 보도 내용만 놓고 보면 롯데는 가히 비리 백화점이라 불러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미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진 내용, 심지어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로부터 제재까지 받아 종료된 사건, 10년 가까이 지난 옛날이야기, 신빙성이 높지 않은 ‘카더라’ 수준의 보도도 상당수 포함돼 있음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결정적인 ‘한방’이 없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 정치적 의도 담겼나 압수수색 직후 침묵을 지키던 롯데도 사안별로 해명을 하며 적극적인 자세로 바뀌었다. 롯데케미칼이 원료 수입 과정에서 해외 계열사나 중간 공급선을 끼워넣은 뒤 가격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지난 15일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강력 부인하는 해명자료를 냈다. 롯데는 “롯데케미칼이 일본 롯데물산을 통해 원료 수입을 한 것은 1997년말 외환위기로 인한 신용 하락으로 무역거래를 위한 신용장 개설과 유전스(어음 지급기한) 활용이 안 되고, 금리도 15~20%로 치솟은 상황에서 신용도가 높은 롯데물산을 활용한 것”이라며 “롯데물산이 아니라 롯데케미칼이 큰 이익을 얻었고, 이후 실익이 사라져 2013년 이후부터는 거래를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부자가 매년 300억원 이상을 계열사로부터 가져갔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두 사람의 배당과 급여라고 일축하며 구체적인 내역까지 공개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신동빈 회장의 경우 배당 153억7000만원과 급여 58억원을 합한 금액이 211억7000만원이고, 신격호 총괄회장도 배당 19억9000만원과, 급여 41억원 등 모두 60억9000만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신 총괄회장 명의의 스위스 소재 페이퍼컴퍼니 로베스트가 보유한 롯데물산 주식을 롯데쇼핑에서 2012년 두배나 비싼 값에 사줘 140억원의 이득을 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두 회사 간에 실제 거래가 없었다고 일축했다. 일본 주주들에 대한 국부 유출 논란에 대해서도 2015년 기준 관련 배당금이 모두 341억원으로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롯데쇼핑이 신영자 이사장과 신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인 서미경씨 소유 회사들에 롯데시네마 구내매점의 독점운영권을 부여하고 거래조건에서 특혜를 준 사건, 롯데피에스넷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구입하는 거래 과정에 롯데알미늄을 끼워넣어 수십억원의 통행세(부당이득)를 챙겨주며 특혜를 준 사건은 공정거래위가 이미 2007년과 2012년에 적발해 제재까지 끝낸 사안들이다. 롯데도 과거 잘못된 관행이 있었음을 시인한다. 롯데의 한 고위임원은 “신 회장이 취임한 2011년부터 일부 잘못된 관행이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롯데시네마의 총수 가족에 대한 구내매점 특혜 건 등은 국민들에게 할 말이 없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신 회장 취임 이후에는 준법경영 실천에 힘쓰면서 많은 부분에서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롯데 임원은 “신 회장이 부친 때부터 내려온 관행이라 개선에 시간이 필요했지만 롯데시네마 구내매점 특혜는 2013~2014년에 그룹 내 일감 몰아주기 개선 노력으로 정상화됐다”며 “신 회장은 회삿돈과 총수 개인돈을 엄격히 구분할 정도이기 때문에 비자금 조성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것은 모든 언론들이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롯데 비리 보도의 뒤에는 검찰이 숨어 있다는 점이다. 일간신문의 한 검찰 출입기자는 “검찰이 언론들에 롯데 비리 혐의를 흘려주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검찰의 언론플레이를 지목했다. 이는 이번 검찰 수사가 단순한 재벌 비리 척결 차원인지, 아니면 그것을 빌미로 또 다른 정치적 의도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진다. 재계에서는 정치적 의도도 담긴 수사라는 해석이 지배적인데, 그 의도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집권 후반기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 방지를 위해 재벌 사정을 통한 군기잡기다. 만약 권력이 이런 의도로 롯데 수사를 기획했다면 그 효과는 이미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검찰의 롯데 수사는 마치 ‘블랙홀’처럼 정치·경제·사회의 쟁점들을 모두 빨아들이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4·13 총선에서의 여권의 대패 원인으로 꼽혔던 청와대와 친박 책임론과 20대 여소야대 국회 출범, 사회적으로는 진경준 검사장의 주식 특혜와 뇌물 의혹, 홍만표 전 검사장의 전관예우 및 탈세 의혹, 경제적으로는 부실기업 구조조정 등 굵직한 현안들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일거에 롯데로 옮겨갔다. 다른 하나는 박근혜 정부 들어서 그동안 계속 시도했던 전임 이명박 정부와의 유착비리 캐기다. 지난해 5월 포스코 수사는 그 대표 사례다. 롯데도 진작부터 이명박 정부와 가까웠던 대표적인 기업으로 지목됐고,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사정당국의 타깃이 됐다. 대개의 재벌 사정은 국세청 세무조사→검찰 수사→총수 사법처리로 이어진다. 롯데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과 대홍기획은 각각 2013년 7월과 2015년 7월 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를 받았다. 롯데의 한국 내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는 2013년 2월에 세무조사를 받았는데 올해 2월부터 3년 만에 또다시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롯데건설에 대한 세무조사도 올해 3월부터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세무조사의 성과는 미미했다. 규모가 가장 큰 롯데쇼핑의 경우에도 추징세액이 600억원에 불과했다. 연간 매출이 16조원에 이르는 대기업에서 5년치 추징세액으로는 별게 없었다는 얘기다. 롯데에서는 이를 두고 “신격호 총괄회장이 탈세는 절대 안 된다는 경영철학을 강조한 게 빈말이 아님이 입증된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달말께 중요한 분수령 맞을 듯 지금까지 검찰이 흘리고 언론이 받아쓴 롯데 비리 혐의에서 새로울 게 없고 국세청의 세무조사에서 특별한 게 없었다고 해도, 검찰이 뒤로 결정적인 카드를 숨기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속단은 금물이다. 검찰로서는 지난해 정준양 전 회장과 이명박 정권의 유착비리를 파헤치기 위해 뛰어든 포스코 수사에서 실패한 아픈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각오를 단단히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롯데 수사는 신동빈 회장이 일본에서 귀국하는 이달 말께가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신 회장은 지난 14일 미국에서 합작공장 기공식을 마친 뒤 한국 특파원과 만나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6월말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이 끝난 직후 곧바로 귀국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검찰이 신 회장이 귀국하기 전까지 결정적인 비리 혐의와 증거를 확보한다면 신 회장은 귀국 즉시 전격 소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실패한다면 수사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검찰은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무리한 수사로 기업의 투자와 고용에 악영향만 미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결국 검찰은 롯데 수사와 관련해 비리 혐의 입증과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이중부담을 안고 있는 셈이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디스팩트 시즌3#7_롯데 비자금 수사, MB 정권 인사들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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