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6.21 23:18
수정 : 2016.06.22 10:44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유치경쟁 가덕도·밀양 모두 탈락
사회적 갈등 해결커녕 혼란 키운
박근혜정부·정치권 책임론 도마에
국토부 “수용을”…지자체는 반발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둘러싸고 10년 동안 진행된 논란이 기존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사실상 ‘백지화’로 결론내려졌다. 부산이 주장해온 가덕도도, 대구·울산·경북·경남이 지지해온 경남 밀양도 아닌 ‘제3의 대안’으로 귀결된 것이지만, 극심한 지역 갈등의 후유증이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5년 전 이명박 정부에서 타당성 부족으로 한 차례 백지화한 영남권 신공항을 다시 꺼내 사회적 갈등만 유발한 박근혜 정부의 책임과 관리능력 부재가 도마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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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분루 21일 오후 대구 동구 신천동 대구상공회의소 대회의실에서 대구·경북·울산·경남 등 4개도시 300여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남부권 신공항 범시도민 추진위원회 회원들이 정부의 결정에 허탈해 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대구/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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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탈한 부산 가덕신공항추진 범시민운동본부에 참여한 부산지역 경제·시민단체 관계자과 조성제 부산상의 회장 등이 21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정부의 김해공항 확장안 발표를 심각한 표정으로 보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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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와 용역을 맡은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21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 2층 브리핑실에서, 영남권 신공항 입지로 현재의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이 최적의 대안이라고 밝혔다. 김해공항 확장안은 기존 김해공항을 보강하는 차원을 넘어, 활주로·터미널 등 공항시설을 대폭 신설하고 공항에 접근하는 연계 교통망도 확장하는 방안이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은 보고서에서 “항공안전, 접근성, 환경 및 소음 등 4가지 요소에 가중치를 둔 시나리오별 평가를 수행한 결과, 김해공항 확장이 모든 시나리오에서 가장 높은 평가점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평가점수(1000점 만점)는 김해공항 확충안이 816~832점, 밀양(활주로 2곳) 640~701점, 가덕도(활주로 2곳) 495~634점 차례였다.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항공안전, 경제성, 접근성, 환경 등 공항입지 결정에 필요한 제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도출된 합리적 결론”이라며 “신공항 유치 경쟁 과정에서 일부 갈등과 논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5개 지자체가 합의한 방식에 따라 입지 평가 결과가 나온 만큼 대승적 차원에서 이번 평가 결과를 수용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각각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를 밀며 공항 유치전을 벌여온 대구와 부산은 반발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역사의 수레바퀴를 10년 전으로 돌려놓은 어처구니없는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서병수 부산시장도 “부산시민을 무시한 처사다. 수도권의 편협한 논리의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두번째로 영남권 신공항 건설이 백지화되면서 정치권도 책임론의 후폭풍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이미 1년 전 백지화된 영남권 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다시 꺼냈고,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 직후 재추진에 나섰다. 정치권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지역별로 뭉쳐 공항 유치전에 사활을 걸었다. 특히 청와대는 이번 연구용역의 평가항목 등 기본 원칙도 공개하지 않아 불신과 혼란을 자초했고, 영남권이 가덕도를 지지하는 부산과 경남 밀양을 지지하는 대구·울산·경북·경남으로 찢어져 갈등이 깊어지는 와중에도 방관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부산 해운대갑)은 “정부가 국민의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시키고 부산과 대구·경북 등의 갈등을 부추긴 꼴이 됐다”며 “이런 정책적 과오가 반복되지 않도록 명확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노현웅 김일우 김광수 최혜정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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