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6.10 21:12
수정 : 2016.06.28 11:13
왜 이런 일 터졌나
정당 홍보비 리베이트 10% 추정
업체와 입맞추고 교묘히 장부조작
“홍보비 리베이트는 정치권의 음습한 관행이다. 언젠가 터질 것으로 예상했다.”
박선숙·김수민 국민의당 의원의 선거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해 10일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터질 게 터진 것”이라며 “국민의당뿐 아니라 다른 정당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 선거에서 일정 득표율을 얻으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법정비용을 사후 보전해 준다지만, 선거 과정에 소요되는 급전을 충당하려면 중앙당 차원에서 ‘현찰’을 일정 규모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국민의당은 선거비용을 보전받기 어려운 약체 후보자들에게도 완주를 독려하지 않았나. 그러려면 지역에 선거지원금도 내려보낼 수밖에 없었을 텐데, 그 돈이 어디서 나왔겠느냐”고 했다. 전국선거를 치르기 위해 규모가 가장 큰 홍보비에서 리베이트를 챙겨 ‘실탄’을 확보하는 건 정당판의 암묵적 관행이었다는 얘기다.
정치권에선 업계에 통용되는 리베이트 규모를 계약 총액의 10% 정도로 본다. 특정 정당이 홍보업체와 20억원에 계약을 하면 이 가운데 2억원 정도를 되돌려받는 구조다. 시장 진입이 어려운 후발·영세 업체들은 처음부터 리베이트 규모를 15% 정도로 높여 계약을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관행이 반복되는 것은 수십억원 규모의 홍보 외주를 당 사무처의 핵심 당직자 몇 명이 수의계약으로 체결할 수 있는 정당의 폐쇄적 조직 문화에도 원인이 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형식은 공개입찰 방식이지만, 사실상 특정 업체를 내정한 상태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수의계약과 다를 바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귀띔했다.
정당의 이런 리베이트 수수 관행은 선관위의 사후 실사에서도 적발하는 게 쉽지 않다. 선거판에서 잔뼈가 굵은 실무자가 업체들과 입을 맞춘 뒤 회계 처리를 교묘하게 하면 수사기관이 아닌 선관위로선 물증 확보가 어려운 탓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당은 사무처 조직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선거를 치르느라 실무 경험이 많지 않은 회계 담당자가 사후 처리를 어설프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 리베이트를 준 업체도 선거 경험이 일천한 신생 업체이다 보니 당과 손발을 맞추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홍보비 리베이트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사라진 ‘후진적 관행’이란 주장도 있다. 정치자금 집행이 투명하지 않았던 2000년대 초반까지는 실무자가 개인적으로 뒷돈을 챙기거나 당이 특별당비 명목으로 리베이트를 받는 경우가 있었지만, 2006년 정치관계법 개정 이후 이런 관행은 대부분 사라졌다는 것이다. 선거사무에 밝은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요즘은 업체들과 계약할 때, 리베이트에 해당하는 액수만큼 전체 가격을 깎는다. 리베이트가 관행이라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국민의당 쪽의 물타기”라고 일축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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