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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6.15 17:08 수정 : 2016.07.04 11:29

멀쩡한 분석 시스템 활용 안해 분식회계 놓쳐
감사원 “제때 파악했으면 구조조정 안 왔을 것”
대우조선, 부풀려진 성과 근거로 임직원에 성과급

유희상 감사원 산업금융 감사국장이 15일 오전 서울 삼청동 감사원에서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사 부실관리 의혹을 받고 있는 국책은행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체적 부실’ 덩어리인 대우조선해양을,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완전히 손놓고 있었다. 대우조선해양의 ‘도덕적 해이’는, 산업은행이 국민 세금으로 구성된 공적 자금을 ‘눈먼 돈’ 정도로 인식해왔음을 보여준다. 작동하지 않은 산업은행의 출자회사 관리·감독 시스템이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경영과 도덕적 해이를 낳았다는 게 감사원이 15일 발표한 ‘금융공공기관 출자회사 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다.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산업은행이 멀쩡한 재무분석 시스템을 활용하지 않아 대우조선해양의 1조5천억원에 이르는 분식회계를 놓쳤다는 점이다. 산업은행이 제때 회계분식과 부실을 파악했다면 대규모 구조조정에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감사관들이 안타까워할 정도다. 감사원이 이 시스템에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제표를 적용해보니 최고위험등급으로 나왔다. 재무자료의 신빙성이 최저라는 의미다. 감사원은 2013~2014년 1조5342억원의 분식회계 정황을 포착해 지난 1월 금융감독원에 통보했다. 금감원은 현재 회계감리 중이다. 대우조선해양은 부풀려진 성과를 명분삼아 임원 성과급 65억원과 직원 성과급 1984억원을 지급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부실의 주범인 해양플랜트 사업 운영자금 증액 요청을 모두 승인해줬지만 ‘밑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대우조선해양은 2011년 10월 운영자금 2천억원을 배정받았고 2014년 9월에는 8200억원까지 증액됐다. 그러나 2010~2014년 수주 실적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해양플랜트의 모든 공정이 지연되고 있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의 현금성 자산 보유액은 2010년 말 5082억원에서 2014년 2분기 595억원으로 빠르게 줄었다. 산업은행이 증액해 지원한 운영자금 중 3200억원은 은행 단기차입금 상환에 쓰였다. 대규모 영업손실이 드러나 경영정상화 작업이 시작된 지난해 9월 대우조선해양 노사는 직원 1인당 평균 946만원 격려금을 지급하는 단체교섭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이 안을 보고받은 산업은행은 부당하다고 판단하고도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성과상여금 성격의 격려금 877억원이 지급됐다.

2013년 3월 대우조선해양은 ‘생산성 129% 초과 달성’이라는 실적자료를 산업은행에 보고했다. 실제 경영실적 평가총점은 67.82점으로 임원성과급도 지급할 수 없고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해야 할 상황이었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스스로 70.91점으로 높게 매겼다. 허위·과장된 실적을 산업은행은 그대로 인정했다. 임원들은 35억원 성과급을 받게 됐고 경영개선계획도 제출하지 않았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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