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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6.16 19:48 수정 : 2016.07.04 11:29

영업이익-영업현금흐름 1조원 이상 차이로 오랜 이상징후 뚜렷

거제에서 올라온 금속노조 대우조선 노동조합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주채권단 은행인 산엄은행 앞에서 집회를 열고 분할매각이나, 인위적 구조조정을 반대를 촉하고 있다. 김봉규선임기자 bong9@hani.co.kr
감사원이 지난 15일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자체 재무분석시스템을 활용하지 않아 1조5천억원의 분식회계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은 데 대해 전문가들은 쉽게 수긍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재무분석시스템 없이도 재무제표상의 이상 징후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체 분식회계 규모가 수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도 나온다.

16일 대우조선의 재무제표(정정공시 전)를 보면, 2013~2014년 영업이익은 각각 4242억원, 4543억원인 반면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같은 기간 -1조2680억원, -5233억원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조선업은 업종 특성상 선박 건조 기간이 길어 감가상각비를 반영한 영업이익과 영업활동 현금흐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우조선은 그 정도가 아주 심했다. 김경률 회계사는 “영업현금흐름은 영업활동에 의한 현금유입에서 현금유출을 뺀 금액으로, 회계상으로는 장기적으로 영업이익과 감가상각비를 합친 수치와 같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우조선은 2007년 이후 2014년까지 줄곧 영업흑자를 기록한 반면 영업현금흐름은 마이너스로, 이처럼 둘 사이의 큰 격차가 오랜 기간 지속된 경우는 특이하다는 것이다. 청년회계사회 이총희 회계사도 “대우조선이 벌어들였다고 기록한 영업이익과 실제 영업으로 도는 현금이 1조원 넘게 차이가 나는데 이를 곧바로 분식회계라고 결론내릴 수는 없지만 이상 징후로는 볼 수 있다. 대주주이자 관리 책임이 있는 산업은행이 이를 주의 깊게 보지 않은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감사원이 언급한 산업은행의 재무분석시스템은 개별 기업이 제출한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검증하는 프로그램이다. 시중은행들도 비슷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회계법인과 신용평가사를 통해 해당 기업의 재무제표를 전달받은 뒤 자체 재무분석시스템을 가동한다”며 “시스템 가동 여부와 상관없이 재무제표가 이상하다면 별도로 들여다보기 때문에 시스템을 가동하지 않아 분식회계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이 분식회계를 한 수법이 조선업에서는 전형적인 ‘공사 진행률 조작’이었다는 점을 봐도 산은이 의지만 있었다면 당시 분식회계를 얼마든 적발할 수 있었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조선사의 경우 이미 실현된 공사 손실을 아직 끝나지 않은 신규 공사로 떠넘기는 공사 진행률 조작으로 손쉽게 분식회계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회계사는 “이런 분식회계 수법을 잘 아는 산은이 재무분석시스템을 활용했다면 당시 부실이 드러나 더 이상 신규자금 대출이나 기존 대출 만기 연장이 불가능했다는 점에서 조직적 묵인이 있었을 수도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산은은 “우리도 대우조선의 재무제표에서 이상을 포착하고 여러 차례 소명을 요구했으나 문제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또 신규대출이나 만기 연장을 해주려고 일부러 재무분석시스템을 가동하지 않은 건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다.

감사원이 밝힌 분식회계 규모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감사원이 적발한 대우조선 회계분식은 전체 매출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해양플랜트 40개 사업에서만 나왔고, 조사 대상 사업연도도 2013~2014년에 국한됐다. 감사원은 “대우조선의 모든 사업을 샅샅이 살피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따라서 나머지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선박조선 분야와 2013년 이전 사업연도까지 철저히 파헤치면 대규모 추가 회계분식이 드러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 역시 대우조선의 분식회계액이 1조5천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한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감사원 감사는 검찰 수사와는 대상과 목표가 다르고 강제수사권이 없는 한계도 있다. 분식의 전모가 드러난 것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2008년 이후 분식회계 규모가 9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우조선 사업보고서를 보면 2008~2014년 영업이익은 모두 5조895억원을 기록한 반면 영업현금흐름은 마이너스 4조3302억원이다. 둘 사이의 차액인 9조4천억원은 분식회계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곽정수 선임기자, 이정훈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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