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7.04 19:43
수정 : 2016.07.04 23:22
금융위, “문건 공개되면 WTO 보조금 협정 위배 제소당해” 주장
전문가 “언론과 국회 상대로 정부가 협박”
정부가 대우조선 구조조정 방안이 논의된 지난해 10월22일 서별관회의(비공개 거시경제협의회)에 사용된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야당은 국정조사나 청문회까지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으나 정부는 문건의 존재 사실 자체까지 인정하지 않는다. 이는 문건 존재 사실을 정부가 인정했을 때 예상되는 통상 마찰과 그에 따른 수출 타격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정부는 설명한다.
4일 금융위원회는 전날 <한겨레>가 공개한 문건에 대해 “출처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논의 안건인지 여부도 확인할 수 없다”며 사실관계 확인을 거절했다. 아울러 “세계무역기구(WTO)·자유무역협정(FTA) 등 무역규범의 상충 문제가 제기되고 통상 문제까지 야기돼 상계관세 부과 등으로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예측할 수 없는 영향도 우려돼 보도에 신중을 기해주기 바란다”고도 했다. 금융위가 사실은 알려주지 않으면서도 관련 보도에 대해서는 ‘수출 타격’이라는 명목으로 언론을 위협하고 있는 모양새다.
금융위는 이런 태도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자료(서별관 문건)가 언론에 공개될 경우,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지원이 ‘세계무역기구 보조금 협정 위반’이라는 논란이 일 수 있다. 공개만으로도 대우조선해양의 영업에 직접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4조2000억원을 투입한 지금까지의 구조조정 노력이 백지화되고 수주가 어려워져 대우조선이 파산할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정부 준비 상황을 보면 실질적인 위협이 될 수 있는 통상 마찰에 대한 대비는 전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산업통상자원부나 금융위도 대우조선해양 지원과 관련해 세계무역기구 규범 위반에 대해 정밀한 검토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의 한 국장은 “미국이 지엠(GM)의 구조조정을 도운 것은 다른 나라들이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아서 가능했지만 우리나라가 같은 행동을 한다면 다른 나라가 문제를 제기해 규범 위반이 될 수 있다”면서도 “어떤 방식이 규범을 위반하는지 등 구체적인 검토를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반면 통상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소 다르다. 송기호 변호사(민변 소속)는 “세계무역기구가 강력한 조사권이 있어 서별관회의 문서 존재를 부인한다고 해서 자료 수집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정부 논리대로라면 정부가 국내법과 맞먹는 법규인 세계무역기구 협정을 어겼으면서도 거꾸로 언론과 국회를 상대로 협박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나라 경제를 위해서 협정을 어길 수밖에 없다면 그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를 먼저 한 뒤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고 말했다.
김경락 이정훈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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