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7.05 16:56
수정 : 2016.07.05 19:11
퇴직 임원, 직원들이 반납 거부하면 뾰족수 없어
대우조선해양이 과거 분식회계 결과를 근거로 과다하게 지급된 임원들의 성과급을 환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퇴직 임원이나 전현직 직원들이 받은 성과급 환수 방안은 없어 보여주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우조선은 5일 ‘8대 쇄신 플랜’ 발표했다. 내용은 △임원 급여 반납과 성과 상여금(성과급) 환수 △노조의 경영 참여 수용 △본사 옥포 이전을 통한 조선소 중심 경영 △비리행위 일벌백계와 공개 △윤리쇄신위원회를 통한 선제적 자정 노력 △자구안 실현을 위한 헌신 △일하는 마음가짐과 태도 변화 △신속하고 정확한 사내외 커뮤니케이션 등이다.
이 가운데 핵심은 이미 지급된 임원들의 성과급 환수다. 지난달 나온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면, 대우조선은 2012년 임원들에게 성과급을 35억원이나 과다하게 지급했다. 대우조선은 이달부터 과다 지급된 성과급을 현직 임원들의 급여에서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효성이 의문스럽다. 당시 성과급을 받은 임원 69명 가운데 40명 이상이 퇴직했고, 20여명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현직 임원이 토해내야 할 금액은 12억원(34%)에 불과하고, 퇴직 임원이 반납해야 할 금액은 23억원(66%)에 이른다.
문제는 퇴직 임원들이 받은 성과급 23억원을 환수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대우조선은 “퇴직 임원들에게 내용 증명을 보내 반납을 설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이 반납을 거부하면 이를 강제할 법적 근거는 찾기 어렵다. 대우조선도 “퇴직 임원들이 반납을 거부하는 경우 어떻게 할지는 아직 검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런 문제는 2012년 성과급에 그치지 않는다. 수조원대의 분식회계가 이뤄진 2013~2014년에 임직원 전체에게 부당하게 지급된 성과급은 700억~800억원으로 추산된다. 현재 금융감독원의 회계 감리가 진행중이다. 이 역시 퇴직 임원이나 전현직 직원들이 반납을 거부하면 환수할 방법이 없다. 대우조선 내부에서도 “금융위와 언론에서 환수하라고 해서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다만 대우조선은 현직 임직원들은 반납에 협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대우조선은 이번 조처에 앞서 2013~2014년 부정회계로 인해 과다하게 낸 법인세를 돌려달라며 지난달 7일 서울지방국세청에 2860억원 규모의 ‘법인세 경정 청구’를 했다. 부정회계로 임직원들이 얻은 이익을 토해내는 일보다 자신들이 낸 세금을 돌려받는 데 더 빨랐던 것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에서는 부정회계 책임 규명이 먼저라는 입장을 밝혔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김성진 부소장(변호사)은 “일단 대우조선이 부정회계의 책임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자발적 환수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부당 지급한 성과급이 부당이득 반환 소송의 대상이 되는지 검토해야 하고, 민사상으로 범죄 수익을 환수하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쇄신 플랜으로 노조위원장이 경영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 노조는 지난달 27일부터 1명을 회사 감사조직에도 파견했다. 서울 본사는 주주총회를 거쳐 조선소가 있는 경남 거제의 옥포로 이전한다. 이에 앞서 본사 해양설계 부문 전원과 중앙연구원, 조달 조직의 일부 인원 등 280명을 11일부터 옥포로 이동시키기로 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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