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3.28 01:07
수정 : 2016.07.14 11:03
대학동기 회사인 넥슨 비상장주 매입
80만주 팔아 공직자 재산증가 1위
FIU 파견 근무 다음해 사들여
투자 경위·자금출처 안밝혀 의혹
재산공개 대상 고위 공직자 가운데 지난해 재산이 가장 많이 증가한 진경준(49)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검사장)이 비상장 주식 투자로 지난 한 해 동안 38억원에 가까운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진 검사장은 해당 주식 투자 전에 금융거래 정보가 집중되는 금융정보분석원(FIU) 파견 근무를 하고 이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 2부장을 지내는 등 직무 관련성이 의심되는 보직들을 거쳤지만, 투자 동기나 자금 출처를 밝히지 않고 있다.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25일 공개한 고위 공직자 재산 자료를 보면, 진 검사장은 지난해 게임회사 넥슨 주식 80만1500주를 126억원에 처분해 37억9853만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진 검사장은 지난해 12월말 기준으로 156억5600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는데, 이는 전년도 116억여원에서 40억원(33.9%)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그의 재산 증가액은 행정부·사법부 등 전체 재산공개 대상 공직자 2328명 가운데 최고였다.
진 검사장은 넥슨 주식 투자와 관련해 지난 25일 <한겨레>에 “11년 전(2005년)에 지인들과 함께 투자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2005년에는 넥슨이 주식시장에 상장되지 않아 일반인들은 쉽게 투자할 수 없었다. 넥슨은 2011년 12월 한국 대신 일본 주식 시장에 상장했다.
진 검사장은 넥슨 주식에 투자하기 전해까지 금융거래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의 심사기획팀장으로 2년(2002년~2004년 8월) 동안 파견 근무를 했다. 이후 진 본부장은 법무부 검찰국 검사, 형사기획과장,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 2부장(2009년 9월~2010년 8월) 등 주요 보직을 거쳐, 지난해 검사장급인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이 됐다.
2005년 당시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등 여러 히트작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듬해 매출액이 2400억원에 이르는 등 우량 회사로 꼽혔다. 한 증권사 직원은 “김정주 넥슨 회장의 방침에 따라 국내 증시에 상장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상장만 했다면 엄청난 투자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진 검사장의 넥슨 주식 투자를 두고 직무 관련성 논란이 일고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비상장 주식은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확실한 정보 없이는 투자하지 못한다. 넥슨 주가가 2005년에 견줘 그동안 엄청나게 올라서 매도 기회가 많았는데, 10년 동안 팔지 않고 최근까지 보유하고 있었다는 것은 확실한 정보가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진 검사장에게 넥슨 주식을 80만주나 보유하게 된 경위 등에 대해 물었으나, 그는 답변하지 않았다.
진 검사장은 일부 언론에 ‘서울대 동기인 김정주 넥슨 대표의 부탁으로 사업 초창기 넥슨에 투자하면서 주식을 받았다. 백지신탁위원회의 매각 명령에 따라 처분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 검사장은 넥슨 주식을 처분한 126억여원을 삼성증권과 유진투자증권에 예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넥슨은 2011년 메이플스토리 이용자 1320여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이듬해 서민 당시 넥슨코리아 대표 등이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받았다. 경찰은 기소 의견이었으나, 검찰은 그해 8월 무혐의 처분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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