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 된 뒤 비위행위만 특별감찰법 대상
넥슨 땅거래, 농지법 위반, 몰래변론 의혹 등 제외돼
수사 필요하지만 검찰 “특감 지켜보겠다” 속도조절
넥슨과의 부적절한 땅 거래 등 다양한 의혹이 제기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대통령 직속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을 받게 됐지만, 실제 조사 대상은 우 수석의 아들 관련 의혹과 진경준 검사장에 대한 부실 인사 검증 의혹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특별감찰법상 조사 대상이 엄격히 제한되기 때문이다. 우 수석 처가 소유의 부동산 거래와 농지법 위반 의혹, 그의 변호사 시절 몰래변론 의혹 등은 관련 사건이 고발된 검찰 수사로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이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26일 아침 출근길에 우병우 수석에 대한 감찰에 대해 묻는 기자들에게 “법(특별감찰관법)에서 정한대로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2014년 3월 제정된 특별감찰관법은 조사 대상 비위 행위를 다섯 가지로 제한했다. △차명 계약 및 알선·중개 행위 △공기업 등 수의계약 및 알선·중개 행위 △인사 관련 등 부정 청탁 행위 △부당한 금품·향응 수수 행위 △공금 횡령·유용 행위 등이다. 조사 대상도 청와대 수석비서관 이상과 대통령 4촌 이내 친족만 해당하며, 수석비서관의 경우 수석이 된 뒤의 비위행위만 조사할 수 있다. 우 수석은 2015년 1월 말 민정수석에 임명됐다.
특별감찰관의 말대로 ‘법대로’ 한다면 그동안 언론을 통해 제기된 우 수석 관련 의혹은 상당 부분 조사 대상에서 빠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핵심 의혹인 우 수석의 처가와 넥슨의 부동산 거래 관련 의혹은 감찰 대상에서 제외된다. 우 수석이 거래 성사를 위해, 진경준 검사장이나 김정주 엔엑스시(NXC·넥슨지주사) 대표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는지 여부를 조사해야 하지만, 이 거래는 2011년 3월 우 수석이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이던 시절 이뤄졌다. 우 수석이 변호사 시절 선임계를 내지 않고 이른바 ‘몰래 변론’을 했는지 여부도 논란이 되고 있지만, 이 역시 2013~2014년에 이뤄졌다.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된 우 수석 부인 등의 경기 화성 땅 매입도 2014년에 이뤄졌다.
반면 의경으로 입대한 우 수석 아들이 특혜성 보직을 받았다는 의혹은 우 수석이 청와대 민정수석이 된 뒤인 지난해 7월 이뤄진 것이어서 감찰 대상이 된다. 또 지난해 2월 진경준 검사장의 검사장 승진 때 우 수석이 인사 검증을 부실하게 했는지에 대한 의혹도 감찰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감찰 대상에서 빠진 의혹에 대한 단서가 포착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확보를 위해 필요할 땐 특별감찰관이 검찰총장에게 수사의뢰를 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우 수석 관련 고소·고발을 수사하는 검찰은 이날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우 수석 관련 추가 의혹들도 계속 제기되고 있고, 특별감찰까지 시작돼 수사를 빠르게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언니가 보고있다#27_우병우는 울지 않는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