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8.18 21:29
수정 : 2016.08.18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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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수 특별감찰관이 18일 저녁 서울 종로구 청진동 특별감찰관실을 나서다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승용차로 향하고 있다. 이 특별감찰관은 이날 우병우 수석 관련 의혹에 대해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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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수 특감, 조직적 감찰 방해 주장 파문
의경아들 자료 요청에도 꼼짝 안해
출석한다던 담당경찰도 연락 끊겨
‘박대통령 불쾌한 심기 의식’ 분석도
“감찰개시 보고때 ‘우 사퇴’ 물으니
비서실장도 한숨만 푹푹 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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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수 특별감찰관이 18일 저녁 서울 종로구 청진동 특별감찰관실을 나서다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승용차로 향하고 있다. 이 특별감찰관은 이날 우병우 수석 관련 의혹에 대해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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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감찰하고 있는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감찰 과정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조직적인 방해가 있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이 감찰관이 우 수석 관련 의혹을 범죄행위로 판단하면서도 검찰 고발보다 수위가 낮은 수사의뢰를 한 것도 민정수석실의 방해로 감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정이 반영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동아일보>가 전날 <문화방송>에 이어 추가 공개한 특별감찰관의 발언록에 따르면,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한 언론사 기자와의 대화에서 “경찰에 자료를 달라고 하면 하늘 쳐다보고 딴소리한다. 경찰은 민정(수석) 눈치 보는 건데 …(중략)… 민정에서 목을 비틀어 놨는지 꼼짝도 못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 수석이 아직 힘이 있다. 검찰이든 경찰이든 째려보면, 까라면 까니까”라고 덧붙였다.
이는 의무경찰 복무 중인 우 수석 장남의 보직 특혜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경찰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경찰이 제대로 응하지 않았음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감찰관은 경찰 수뇌부의 감찰 방해 행위가 도가 지나치다는 불만을 주변에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담당 경찰관이 특별감찰관실의 출석 요청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다가도 경찰 수뇌부에 보고만 되면 연락이 끊겨 조사가 무산된 경우도 종종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이런 행태는 이철성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19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우 수석 장남 관련 의혹이 쟁점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우 수석 일가가 ㈜정강 명의로 리스한 마세라티 차량을 사적인 용도로 쓴 혐의에 대한 조사도 리스회사 쪽의 비협조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적인 검찰 수사 때는 아무 문제 없이 제출됐던 성격의 자료인데도 특별감찰관실의 요구에는 리스회사가 개인정보보호법을 핑계로 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민간 회사까지 감찰에 협조하지 않도록 만들 수 있는 기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실뿐이라는 게 특별감찰관실의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감찰관실이 우 수석을 검찰 고발이 아닌 수사의뢰 조처한 것은 민정수석실의 감찰 방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감찰 결과 범죄 혐의가 명백하면 고발을 하도록 돼 있지만 이 단계까지는 감찰이 진행되지 못한 것이다. 특별감찰관실은 애초 ㈜정강을 통한 횡령 혐의는 고발까지 검토했으나 막판에 수사의뢰로 수위를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감찰 방해가 사실이라면 이는 특별감찰관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국가기관 등은 특별감찰관실이 자료 제출이나 출석을 요구할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협조해야 한다. 위계나 위력으로 특별감찰관의 업무를 방해하면 5년 이하의 징역형 처벌을 받는다.
이처럼 실정법 위반 논란을 무릅쓰고 경찰 수뇌부가 특별감찰관실의 협조 요청에 응하지 않은 것은 박근혜 대통령을 의식한 조처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우 수석에 대한 특별감찰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에 경찰 수뇌부가 노골적으로 감찰관실을 무시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석수 특별감찰관도 발언록에서 “감찰을 개시한다고 이원종 비서실장에게 ‘대통령께 잘 좀 말씀드리라’고 하면서 ‘이거(우 수석 사퇴 문제) 어떻게 되는 거냐’고 했더니 한숨만 푹푹 쉬더라”며 대통령의 의지를 의식하는 듯한 말을 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감찰은 보스의 의지가 없으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대통령의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감찰관의 적법한 요구도 따르지 않는 게 국가기관의 속성”이라고 말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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