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8.22 21:50
수정 : 2016.08.23 10:02
최고위 3시간
점검정책만 41가지 ‘물량 공세’
“우병우 문제 꺼내지 못할 분위기”
의총 1시간반
“정책설명에 대부분 시간 소진”
친박 정종섭만 잠깐 우 두둔 발언
“민생이란 포장으로 우 문제 덮어
지도부, 눈 가리고 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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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지도부 선출 뒤 처음으로 의원총회가 열린 22일 오전 이정현 대표(오른쪽 셋째)와 최고위원들이 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석호·이장우 최고위원, 정진석 원내대표, 이 대표, 조원진·최연혜 최고위원.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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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씨 성을 가진 사람 이야기는 안 나왔다. 정책, 민생 이야기만 토론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의총)를 잇달아 열었지만 총 4시간 반 동안 우병우 민정수석 문제는 다뤄질 틈이 없었다. 이정현 대표가 두 회의의 의제와 분위기를 철저하게 ‘민생 정책’으로 몰면서 우 수석 문제가 끼어들 여지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아침 7시30분부터 3시간 가까이 이어진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정책 점검’만 이뤄졌다. 회의에 오른 의제는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문제를 비롯해 지방재정 확충, 사이버테러방지법, 김영란법 시행, 개성공단, 전기요금 누진제, 중국 어선 불법어로, 김해 신공항 추진 등 41가지에 달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정책을 점검한다고 했지만 40여가지나 됐다. 마치 정책 물량공세를 하는 것 같았다. 민생만 강조하는 통에 우 수석 문제를 꺼냈다가는 정쟁을 일으킨다는 말을 들을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어진 오전 10시30분부터 낮 12시까지 진행된 의총에서도 의원들의 ‘현안 토론’은 사실상 구색 갖추기에 그쳤다. 의원총회는 원내대표(정진석)가 주재하는 것이지만, 이정현 대표는 취임 뒤 첫 의총 인사말을 빌려 “민생정치를 일단 6개월만 실험적으로 해보면 떠난 국민의 사랑을 다시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역시 ‘민생 정책’으로 분위기를 잡았다. 이어 원내 현안, 당무 보고, 예결위 보고, 김영란법 관련 보고 등이 끝난 뒤 진행된 자유토론 시간은 20여분에 그쳤다. 의총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정책 설명에 대부분의 시간이 소진됐다”고 말했다. 자유토론에 나선 발언자는 사실상 친박계 정종섭 의원 한 명이었다. 정종섭 의원은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을 검찰에 수사의뢰한 것은 법적으로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이 특별감찰관을 비판하고 우 수석을 옹호했다. 이에 대해 우 수석 자진 사퇴를 요구했던 정진석 원내대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말을 아끼겠다”며 불편한 마음을 내비쳤다. 한 참석자는 “의원들이 정종섭 의원의 발언이 부적절하다며 수군거렸지만 점심시간에 닥쳐 토론에 나서진 못했다”고 말했다. 이정현 대표는 의총 뒤 우 수석의 거취에 관한 물음에 “지난번에 이야기했지 않느냐”라며 말을 아꼈다.
새누리당 안에서는 이정현 대표를 위시한 친박 지도부가 ‘우병우 사수’라는 청와대의 의중에 맞춰 우 수석 문제 공론화를 막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당 지도부가 눈 가리고 아웅 하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한 의원은 “당 지도부가 우 수석 문제와 이철성 경찰청장 후보자 검증 부실 문제 등 청와대가 껄끄러워할 문제들을 ‘민생’이라는 그럴싸한 포장으로 덮는 전략을 세운 것 같다”며 “정무적인 문제는 곧 민생과 동떨어진 것처럼 분위기를 만들면서 의원들이 점점 입을 닫도록 만든다”고 말했다.
성연철 김남일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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