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사설] 원천 한계 안고 출발한 ‘우병우 의혹’ 특별수사팀 |
검찰이 23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수사 의뢰 사건과 이석우 특별감찰관 고발 사건을 수사할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우병우 사단’으로 꼽히는 간부들이 포진한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을 맡기는 대신 공정한 수사를 위해 이런 형식을 갖췄다는 것이지만, 걱정되는 바는 여전히 많다. 공정하고 독립적인 수사보다는 수사 결과의 포장에 그칠 위험이 커 보인다.
검찰은 특별수사팀 팀장으로 윤갑근 대구고검장을 지명하고, 총장에게 직접 보고하도록 하는 등 엄정한 자세를 강조했다. 하지만 특별수사팀이 ‘우병우 의혹’을 제대로 규명하리라고 기대하기에는 미심쩍은 구석이 많다. 무엇보다 검찰 등 사정기관을 쥐락펴락하는 자리에 버티고 있는 현직 민정수석을 대상으로 한 수사가 애초 공정하고 독립적일 수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어떤 이름으로 어떻게 수사팀을 구성하건 ‘완장’을 찬 현실의 권력자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되긴 어렵다.
더구나 윤 고검장은 우 수석과 밀접하게 협력한 경험도 있다. 윤 고검장은 2014년 ‘비선 실세’ 정윤회씨 국정농단 의혹 때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옛 중수부장)을 겸임하면서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우병우 의혹을 감찰 내용 누설 시비로 ‘물타기’한 이번처럼, 비선 실세 의혹도 청와대 문건유출 논란으로 본말이 전도됐었다. 윤 고검장이나 당시 민정비서관이던 우 수석은 그 상황을 총괄했던 당사자였다. 이번에는 다르리라고 기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검찰 수사가 청와대 ‘가이드라인’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도 걱정된다. 청와대는 19일 우 수석 의혹이 아니라 감찰 내용 유출을 “국기를 흔드는 일”이라고 규정하면서 검찰 수사를 재촉했다. 이 특별감찰관이 특정 언론과 대화한 내용을 감찰 내용 유출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설령 위법 소지가 있다고 해도 ‘국기 문란’이라는 주장은 상식과는 거리가 먼 과도한 비난이다. 청와대가 검찰에 수사를 공개적으로 강요하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다. 그런 압박에 휘둘려 검찰이 같은 무게일 수 없는 두 사건을 억지로 균형 맞추려 들거나 상식과 정반대의 수사 결과를 내놓는다면 특검 도입은 피할 수 없게 된다. 가뜩이나 바닥에 떨어진 국민 신뢰도 영영 회복할 수 없다. 그런 상황이야말로 검찰의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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