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사설]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는 ‘우병우 비리' 검찰 수사 |
우려했던 대로 윤갑근 특별수사팀의 수사가 이상하게 진행되고 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로 흘러갈 조짐이 보인다.
수사팀은 지난 25일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고발한 보수단체 공동대표를 불러 조사했다고 한다. 이번 수사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여러 비리 혐의다. 그런데 엉뚱하게 이 특별감찰관 수사를 먼저 시작한 것은 우 수석에 대한 수사 의지를 의심하게 한다. 우 수석의 현재 위치나 혐의에 비춰 말맞추기 등 증거조작의 가능성도 없지 않은 만큼 압수수색은 필수적이다. 그런데 수색은커녕 고발인 조사조차 26일로 예정했다가 고발인 사정으로 뒤늦게 28일에야 이뤄졌다. 애초부터 ‘우병우 라인’으로 불려온 윤 팀장의 늑장 수사 행보가 의심스럽다.
경기 화성시는 우 수석 처가의 차명보유 의혹을 받는 기흥컨트리클럽 안팎 4500평 가까운 부동산과 관련해 명의자인 이아무개씨 등에게 해명을 요청했으나 시한인 지난 26일까지 답변하지 않자 곧 수사를 의뢰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 수석 부인 등이 차명보유 했다면 우 수석 역시 공직자윤리법 등 위반 가능성이 크다.
우 수석에 대해 수사할 내용은 배우자 차명재산 허위신고나 특별감찰관이 수사의뢰한 가족회사 정강의 횡령과 의경 아들 보직변경과 관련한 직권남용 혐의뿐만이 아니다. 1300억원대 강남땅 특혜 매매 의혹은 뇌물죄로도 이어질 수 있다. 홍만표 변호사 사건과 관련해 우 수석이 수임 및 이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여전히 의혹으로 남아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윤회 게이트를 비롯해 청와대가 연루된 중요 사건마다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해 사실상 검사들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게 아니냐는 검찰 안팎의 증언이다.
청와대가 ‘부패한 기득권 세력’ 운운하며 사실상 <조선일보>를 겨냥하면서, 이를 빌미로 우 수석 비리 수사를 물타기하려는 인상이 짙다. 소가 웃을 치졸한 발상이다. 조선일보 유력인사의 혐의가 있으면 있는 대로 수사하고 우 수석 비리는 이와 별개로 엄중 수사하는 게 맞다.
국민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는 상황에서 일개 청와대 수석을 지켜주려, 검찰 조직의 위신이 걸린 사건을 유야무야 처리한다면 검찰 역사에 치욕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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