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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7.14 19:13 수정 : 2016.07.14 22:25

‘포켓몬 고’가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
소유보단 경험·이벤트 중시하는 10~30대,
같은 주제 네트워크 만드는 데 친숙
"길 가는데 툭 튀어나오니 신기해요"

지난 6일 출시된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가 미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13일 <한겨레> 취재진이 찾은 한국의 속초도 사람이 몰리며 이례적으로 속초행 고속버스 티켓이 매진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속초는 포켓몬 고가 공식 출시되지 않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게임이 실행되는 곳이다.

미국에서는 출시 이틀 만에 일일 활성 이용자 수가 트위터에 육박했고, 하루 평균 이용시간은 인스타그램을 넘어섰다. 현실 세계를 돌아다니며 게임에 등장하는 작은 몬스터를 잡고, 이를 키우는 단순한 게임인 포켓몬 고가 세계적인 ‘현상'으로까지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이 상황은 엑스(X)세대 이후의 젊은이들을 일컫는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생)를 빼놓고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밀레니얼은 소유보다는 경험과 이벤트, 네트워크를 중시하는 세대다. 기존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이들의 특징은 포켓몬 고를 통해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한겨레> 취재팀이 차를 몰고 속초로 향하고 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 사람을 만난다 이날 저녁 9시 <한겨레>가 찾은 속초 엑스포공원은 포켓몬 고의 ‘성지'로 변해 있었다. 속초시민과 외지인 등 약 200명이 한데 엉켜, 마치 좀비처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걷고, 떠들고 있었다. 앞서 지난 11일(현지시각) 밤, 미국 로스앤젤레스 샌타모니카 부두에도 수백명의 사람이 모였다. 이들의 시선은 스마트폰에 쏠려 있었다.

13일 강원도 속초시 속초고속터미널 근처에서는 포켓몬고를 하는 게이머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한 게이머가 햄버거 가게 앞에서 포켓몬을 발견해 잡으려 하고 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밀레니얼 세대는 만남을 중시한다. 최근 미국의 이벤트 회사인 이벤트브라이트가 조사업체 해리스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밀레니얼 세대 4명 중 3명은 뭔가를 구입하려 하기보다는 경험이나 이벤트에 돈을 쓰려 한다. 이들은 남들과 함께 있기 위해 돈을 쓴다.

포켓몬 고는 사람들의 이런 심리를 자극한다. 같은 주제로 사람을 만나는 일은 밀레니얼 세대가 가장 환영하는 일이다. 이들은 이미 트위터와 같은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가상의 네트워크를 만들어왔다. 이런 부류의 네트워크를 현실로까지 확대시켜준 포켓몬 고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최고의 선물이다. 이제 이들은 현실에서 동료를 만날 수 있다. 1983년생인 유명 프로그래머 이두희씨는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다. “동지를 만난 기분이지만 차마 먼저 말을 걸지는 못하겠더라. 멀리서 보면 딱 알 수 있다.”

게임에 있는 ‘미끼’(lure) 기능은 이들의 이런 성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 0.99달러를 내면 살 수 있는 미끼를 특정 장소에 던지면, 그곳에 포켓몬이 모인다. 그리고, 그 포켓몬을 잡으려는 사람들도 모인다.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닉 게틀리는 지난 7일 트위터에 “미끼를 던진 뒤, 20여명의 (포켓몬 고) 이용자를 만났다”며 ‘동료'들과의 즉석 만남을 기념하는 ‘인증샷'을 올렸다. 미끼를 이용한 마케팅도 눈길을 끈다. 미국의 <포브스>는 지난 9일 “미끼를 이용하면 매장에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식으로 비즈니스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호주의 닉 게틀리는 미끼를 이용해 ’포켓몬 동료' 20여명을 모아 ’인증샷'을 찍었다. 출처 : 닉 게틀리 트위터
포켓몬 고 게임에서 구입할 수 있는 미끼. 포켓몬 포인트 100이 필요한데, 포인트 100을 충전하려면 0.99달러가 필요하다. 출처 : 포켓몬 고 게임 스크린샷
■ 향수를 자극한다 <한겨레>가 속초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직장인 김성우씨는 이날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포켓몬 70마리 정도를 잡았다고 했다. 1988년생인 그는 이 게임의 인기를 ‘향수’로 풀이했다.

“어릴 때 샤니에서 나온 포켓몬스터 빵이 있었거든요. 그 빵 봉지에 (포켓몬) 스티커가 있었는데 그거 모으는 재미가 있었거든요. 길거리 돌아다니는데 걔들이 불쑥 튀어나오는 게 신기하죠.”

밀레니얼 세대가 어린 시절인 1999년, 미국에서는 포켓몬 애니메이션 영화가 개봉해 흥행했다. 한국에서는 포켓몬 빵이 커다란 인기를 끌었다. 17년이 지난 지금 이들은 성인이 됐고, 소비력도 갖추게 됐다.

■ 경험을 중시한다 이벤트브라이트는 밀레니얼 세대가 등장함에 따라, 소비자들이 경험과 이벤트에 투자하는 비중이 1987년 이후 지금까지 70% 늘었다고 밝혔다. 포켓몬 고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익숙했던 현실 속 도시공간은 포켓몬이 출현하기 시작하면서 완전히 다른 세계로 변한다. 이들은 포켓몬을 찾아 새로운 탐험을 시작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새로운 경험을 위해서라면 돈을 쓰는 것도 개의치 않는다. 1달러도 하지 않는 미끼 정도야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다. 이 세대는 오랫동안 돈을 모아 어렵게 집을 구입했다가 2008년 금융위기로 한순간 물거품이 되는 모습을 목격했다. 미래보다는 현재에 더 큰 가치를 둔다. 포켓몬을 잡으러 기꺼이 속초행 고속버스에 몸을 싣는 것은 이 때문이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밀레니얼은 다른 어떤 세대보다 더 건강을 중시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미국의 트위터 이용자인 브랜든은 포켓몬을 잡으러 돌아다니다 하루 동안 2만4239보를 걸었다며 ‘인증샷'을 올렸다.

미국에서는 이런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분석이 한창이다. 골드만삭스는 “밀레니얼 세대가 경제를 바꾸고 있다”며 “시장의 변화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실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에 따른 변화는 알게 모르게,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되어 왔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떠올랐고, 우버 등의 차량 공유 서비스가 확대됐다. 음악 시디보다는 스트리밍 서비스와 라이브 콘서트 수요가 늘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속초/박현철 황춘화 김지숙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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