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7.25 14:10
수정 : 2016.07.25 14:15
게임 속 등장하는 몬스터볼과 흡사하게 생긴 공원 인기
지난 주말엔 수백명이 몰려 들어 동시에 게임 즐기기도
일본에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고’의 성지가 있다?
<아사히신문>이 25일 아이치현 나고야시에 있는 쓰루마 공원이 일본 내 포켓몬 고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성지로 주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곳이 포켓몬 고의 성지가 된 이유는 간단하다. 공원 가운데 있는 분수대와 연못의 모양이 게임 속에서 ‘몬스터’(괴물)를 잡는 도구로 쓰이는 몬스터볼과 흡사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신문은 그 때문에 22일 일본에서 포켓몬 고 게임이 처음 시작된 뒤 첫 주말이었던 지난 23~24일 수백명의 시민들이 공원 안으로 몰려들었다고 전했다.
몰려든 게임 플레이어들 때문에 긴장한 것은 공원 쪽이었다. 공원에서는 몰려든 시민들을 향해 이따금 “걸어 다니면서 스마트폰을 하면 위험합니다. 주변 안전을 확인한 뒤에 서서 게임을 해주세요”라는 안내 방송을 내보내야 했다.
아이치현의 미야마현에서 온 한 남성(77)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손녀딸과 함께 24일 공원을 찾았다. 그는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아직 뭐가 재미있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집에 멍하니 있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손녀와 같은 주제로 얘길 할 수 있으니 좋다”고 말했다.
난리가 난 곳은 쓰루마 공원 뿐만이 아니었다. 희귀한 몬스터가 나온다는 소문이 난 일본 각지의 공원에선 24일 밤까지 스마트폰을 들고 배회하는 플레이어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도쿄 시부야구의 한 공원에서 4시간 정도 게임을 했다는 한 남성(25)은 <엔에이치케이>(NHK)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희귀한 포켓몬이 나온다는 얘길 듣고 왔다. 포켓몬을 많이 잡아서 만족한다”고 웃음을 지었다.
일본 언론들은 포켓몬 고가 몰고 온 다양한 사회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선 일반적인 컴퓨터 게임과 달리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선 밖에 나가 열심히 산책을 해야 해 ’히키코모리’ 예방이나 청소년들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소개하고 있다. 이에 견줘 스마트폰을 하면서 걸으면 안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편, 포켓몬 고를 이용한 상술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에선 포켓몬 고 서비스가 시작된 지 불과 나흘만에 쉽게 손에 넣을 수 없는 희귀 캐릭터를 모은 계정을 비싼 값에 파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이들 계정의 가격은 많게는 수만엔(수십만엔)에서 20만엔(200여만원)까지 치솟는 등 이 게임에 대한 일본 내 선풍적인 인기를 보여줬다. 포켓몬 고와 협정을 체결해 매장이 게임 내 ’체육관’으로 지정된 맥도널드에서도 지난 주말 늘어난 고객들로 인해 즐거운 비명을 질러야 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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