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8.02 14:35
수정 : 2016.08.05 09:37
시행 앞두고 국무회의 참석해 중앙정부 협력 요청
복지부·고용부 장관, ‘도적적 해이’ 등 공격
박원순 서울시장이 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청년활동비 사업’을 두고 중앙부처 장관들과 설전을 벌였다. 박 시장은 회의 뒤 “절벽을 마주한 느낌이었다. 답답함과 불통의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날 국무회의에 참석해 “사업 추진 과정에서 듣게 된 이 시대 청년들의 삶 하나하나가 너무 힘들고 안타까운 상황이다. 청년을 위한 정책에 중앙정부도, 지방정부도 진심의 차이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갈등이 아닌 협력, 청년을 보고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함께 고민하고 협력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발언했다.
서울시는 이번주 청년활동비 지원 대상을 선정할 방침이나, 복지부는 이에 대해 시정명령, 직권취소를 내리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결국 법정 다툼을 통해 ‘정치 행정’이 결정되는 수순을 밟게 된다.
박 시장은 “취업에 실패한 청년들은 경제적 곤란을 해소하기 위해 불안정 일자리에 나서게 되고, 결국 제대로 취업 준비를 할 수 없어 다시금 취업의 문턱에서 좌절하게 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취업 전 신분으로 사회보장 사각지대에 놓이는 청년들에게 월 50만원씩 6개월 활동비를 지급하는 서울시 사업이 정부 정책의 틈을 메울 수 있다고 말했다.
당초 박 시장은 이번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등에게 정부가 반대하는 청년활동비 사업의 필요성을 직접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겠다며 회의 참석을 예고했었다. 강경한 태도에서 한 발 물러나 직접 설득해보겠단 취지였다.
하지만 유관 부처 장관들은 박 시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청년수당처럼 구직활동 벗어난 개인 활동에까지 무분별하게 현금을 지급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초래해 청년실업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방안 될 수 없다”며 “서울시 사업으로 다른 지자체들도 선심성 정책을 양산할 거고, 이로 인해 지역별 불균형이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서울시장이 함께 고민하고 협력해 나가자고 하면서도 본인의 생각만 옳다고 자기주장만 계속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며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도 ‘서울시 사업이 유스개런티를 참고했다고 하는데 유스개런티는 그런 내용의 사업이 아니다’는 논리로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과 황교안 국무총리는 듣기만 했다고 한다.
이에 박 시장은 “복지부와 협의를 해 실무적으로 합의했던 것 아니냐”며 “환자안심병원도 처음에는 (정부가) 반대했지만 지금은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있지 않느냐”고 재반박했다고 한다. 복지부는 사회보장기본법을 이유로 들어 지난달 서울시와 청년활동비 지원사업의 내역을 ‘협의’하면서 이를 어떻게 발표할지까지 논의했다가 갑자기 사업 자체를 ‘불수용’한다고 돌아선 바 있다.
박 시장은 지난해 말에도 국무회의에서 행정자치부·고용노동부 장관, 법제처장과 3대 1로 유사한 논쟁을 벌인 바 있다. 당시 청년활동비 사업을 ‘범죄’에 빗댔던 정종섭 행자부 장관은 지난 4월 총선에 출마해 새누리당 의원이 됐다.
임인택 황보연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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