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8.25 18:02
수정 : 2016.08.31 11:24
유상증자·용선료조정 등 기존보다 1천여원 확대
채권단 쪽 “기대에 못 미쳐”…26일 수용 여부 논의
자율협약 끝나는 9월4일 이후 법정관리행 촉각
4월부터 채권단과의 자율협약에 들어가 있는 한진해운이 25일 5천억원대 자구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최소 7천억원은 돼야 한다는 산업은행 등의 요구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채권단 쪽 관계자는 “기대에 못 미친다. 의미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채권단이 자구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로 넘겨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진해운은 대주주인 대한항공 등의 유상증자 등을 통해 5천억여원 규모의 자구 계획을 실행하겠다는 안을 이날 산업은행에 제출했다. 외국 선주들과 진행중인 용선료 조정 협상, 자산 추가 매각에 대한 내용도 담겨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한진그룹의 자금 지원과 용선료 협상 결과가 포함됐다. 용선료 협상은 그동안 진전이 있었고, 용선료 조정에 따라 그룹의 자금 지원 규모도 달라진다”고 밝혔다.
관심을 모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개인 차원의 지원 의사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의 지원 방안은 본격적인 ‘사재 출연’이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주변에서는 주식 현물 지원이 언급됐다거나, 채권단의 지원과 연계해 개인 차원의 지원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는 말도 나온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조 회장이 포괄적 의미의 고통 분담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진그룹은 그동안 그룹 사정을 감안할 때 4천억원 이상의 추가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부족분에 대해서는 채권단의 지원을 기대해 왔다. 그러나 채권단은 앞으로 1년6개월간 한진해운의 유동성이 1조원 내지 1조2천억원가량 부족할 것이라며, 한진그룹의 지원 규모가 최소 7천억원은 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지 않으면 자율협약 종료 시점인 9월4일 이후 법정관리행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한진그룹과 조 회장을 압박해 왔다. 한진그룹 쪽은 국내 최대 해운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국가 경제에 악영향이 클 것이라는 논리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박 압류와 국제 해운동맹을 이용한 노선 운용 등이 불가능해지면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청산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진 관계자는 “대한항공 등이 이미 한진해운에 막대한 지원을 했다. 자구안 이상의 지원을 하다간 자칫 대한항공까지 부실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26일 채권단 회의를 열어 한진해운 자구안에 대해 논의하고 이를 수용할지를 검토하기로 했다. 채권단이 결론을 내리는 데는 며칠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채권단 쪽 관계자는 한진해운 자구안에 대해 “기대에 많이 못 미치는 내용이다. 조 회장의 의미 있는 수준의 사재 출연도 포함되지 않았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한진그룹 쪽과 추가 협의를 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제까지 해도 안 됐는데, 더 이상 시간이 남아있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규원 박승헌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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