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8.31 16:47
수정 : 2016.08.31 21:43
싱가포르에서 ‘한진로마호’ 가압류, 중국·스페인·미국 항구서 입항 거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31일 해외에서 선박 가압류와 입항 거부가 잇따랐다.
채권단의 지원 중단리로 법정관리 신청이 기정사실화된 30일 싱가포르 법원은 한진해운 소유의 5308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인 한진로마호를 싱가포르 항구에 가압류했다. 독일 수송선사인 리크머스가 한진해운이 용선(배를 빌려줌)료를 체불했다며 이 배의 가압류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박지에서 선박이 가압류를 처분을 받으면 압류 해제 때까지 부두 접안이나 하역작업이 불가능하다.
한진해운이 빌려 운영하던 다른 선박들도 잇달아 운항을 중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이 용선해 운영하던 컨테이너선 한진멕시코호는 31일 운항을 멈췄다. 선주인 피아이엘(PIL)이 용선료 체불을 이유로 운항 중단을 요구해 당장 화물 수송에 차질이 생기게 됐다. 현재 한진해운 소유의 컨테이너선은 37척이고, 61척은 해외 선주들로부터 빌려 쓰고 있다.
한진해운 선박에 대해 현금 지불을 요구하며 사실상 입항 거부를 하는 곳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31일 이같은 방침을 알려온 곳은 중국 샤먼·싱강, 스페인 발렌시아, 미국 사바나, 캐나다 프린스루퍼트, 싱가포르 항구다. 선박이 입항하면 항만 접안과 화물 하역작업을 해야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을 현금으로 줘야 입항을 허가한다고 통보한 것이다.
해외 채권자들의 선박 가압류와 회수, 입항 거부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국내에서는 법원의 채무 보전처분으로 가압류를 피할 수 있지만 외국에서는 압류 처분이 이어질 수 있다. 그럴 경우 한진해운 선박에 실린 화물의 인도가 불가능하거나 지연되면서 수출입 업체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한편 이날 한국국제물류협회, 부산항운노조, 한국선주협회 등 20여개 단체가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한진해운 살리기 범시민 결의대회’를 열고 한진해운이 필요로 하는 3000억원 마련 방안 모색 등을 요구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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