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8.31 17:16
수정 : 2016.08.31 22:02
금융위 “선박 등 우량자산 현대상선이 인수토록”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 2000여명 실업 우려
정부가 한진해운의 우량 자산을 현대상선이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진해운의 청산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 과정에서 회사 자산 일부를 인수하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결국 1977년 출범한 한진해운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임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2천여명은 일자리를 잃을 처지에 놓였다.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31일 열린 금융시장 점검회의에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우리나라 해운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영업이익 창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선박은 물론 국외 영업 네트워크, 핵심 인력의 인수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이날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원은 기업의 청산가치보다 잔존가치가 높다고 판단할 경우 회생 절차를 밟지만 반대일 경우 회사를 청산시킨다. 법원이 앞으로 한진해운 실사를 거쳐 결정할 일이지만, 정부는 청산 가능성을 더 크게 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회생 절차를 밟는다면 우량 자산을 인수토록 할 필요가 없다. 해운 전문가들이 기업 청산 가능성이 크다고 점치는 상황에서 해운산업 경쟁력에 대한 걱정이 나오다 보니 한진해운이 보유한 선박은 물론 국외 주요 거점에 있는 인력과 그들이 보유한 화주 정보, 영업 네트워크 등은 현대상선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다”라고 설명했다.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진은 이미 한진해운의 ‘알짜 영업자산’ 상당 부분을 인수해 한진해운의 회생 가능성을 떨어뜨려놓은 상태다. ㈜한진은 지난 6~7월 베트남 화물터미널 가운데 입지가 좋다는 탄깡까이멥 터미널(230억원), 자체 영업이 가능한 아시아 8개 항로 영업권(621억원) 등을 매입했다. 한진해운의 한 간부는 “몇년 전 결혼자금으로 우리사주 주식을 샀다가 최근 수천만원을 손해봤다. 이제는 일자리마저 잃을까 걱정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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