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9.06 17:14
수정 : 2016.09.06 22:19
현재 수출입 기업 화물 가치 1조2600억원…피해 신고는 440억원
빨리 수습하면 기업 피해 최소화…늦어지면 이중의 피해 볼 수도
한진해운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지 일주일이 지나면서 입항 거부, 억류, 외항 체류 등 운송 중단에 따른 국내 수출입 기업들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현재 ‘비정상 운항’ 중인 국내 기업의 화물 가치는 1조2600억원, 화주로부터 피해가 신고된 금액은 440억원으로 추산됐다.
6일 한진해운에 따르면, 법정관리 이후 운항 중인 한진해운 선박에 실린 화물의 전체 가치는 15조4천억원(140억달러)로 추산됐다. 이 화물 가운데 국내 기업의 수출입 화물의 비중은 16%가량이어서 국내 수출입 기업의 화물 가치는 최대 2조5천억원(22억4천만달러)으로 추산된다. 또 5일까지 입항 거부, 억류, 외항 체류 등 ‘비정상 운항’ 중인 한진해운의 선박 비율은 51.8%다. 이를 국내 수출입 화물에 적용하면 그 가치가 최대 1조2600억원(11억6천만달러)으로 추산된다.
다만, 실제 피해가 신고된 규모는 이보다 훨씬 작다. 한국무역협회는 6일 오전 9시까지 수출 화물 피해 신고 건수가 119건, 최대 피해 금액은 440억원(4천만달러)이라고 추산했다. 따라서 이날까지 국내 수출입 기업의 비정상 운항 화물 가운데 피해 신고 금액은 전체의 3.5% 정도다. 그러나 피해 신고 금액이 하루 만에 4배 급증한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늘어날 수 있다.
물론 변수가 많아 국내 기업들의 피해 규모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이런 비정상 운항 화물 가운데 어떤 것은 연체료(지체상금)만 부담하고 구매자에게 그대로 전달될 수도 있다. 이렇게 현 상황이 빨리 수습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13대 주요 수출품 가운데 한진해운의 4대 운송품은 일반기계(전체 수출 중 비중 8.9%), 석유화학(7.1%), 자동차 부품(4,8%), 섬유(2.7%) 등 시간이 지나도 상품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들이다. 하나투자금융의 심민석 연구위원은 “배를 압류당해도 배 안의 화물은 남아 있으므로 최종 피해 금액은 화물 가치보다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현재 상황이 길어지면 심각해진다. 국내 수출 기업들이 연체료를 부담한다고 해도 구매자들이 계약 조건에 따라 공급 시기를 놓친 수출품의 인도를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수출품의 상품성이 유지된다고 해도 팔 곳이 마땅치 않게 된다. 통상 수출품은 구매자의 요구에 맞는 규격과 상태, 수량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다른 구매자에겐 팔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최악의 경우 수출 기업들이 구매자에게 피해 보상금만 물고, 제품을 그대로 회수할 수도 있다. 무역협회의 김동욱 과장은 “중소 기업들은 납기가 생명인데, 구매자와의 신뢰가 한번 깨지면 복구하기 어렵다. 이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이날 자금지원 계획을 밝힌 한진그룹의 한 관계자는 “당장 해상에 묶인 화물을 내리는 데 필요한 자금을 지원한다. 또 미국과 일본에서 제기한 파산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현 상황은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심민석 연구위원은 “일단 운항 중단된 한진해운 선박의 입항비, 하역비를 내는 데 1700억원가량 들 것이다. 운송 지연 등에 따른 피해 금액은 앞으로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선주협회의 조봉기 상무는 “하역료뿐 아니라 연료비도 현금으로 준비해야 한다. 자칫하면 화주들한테서 운임도 못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원 이재성 윤영미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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