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6.09.20 22:15 수정 : 2016.09.20 22:15

금융감독원이 20일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에 한진그룹 계열사의 여신 현황을 제출하라고 통보하며 그룹 전반의 재무상태 확인에 나섰다. 사진은 지난 8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사옥.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진그룹 정부 압박 놓고 찬반 논란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무한책임”
도의적 차원 아닌 법률적 책임 강조

경영계 “추가 요구는 배임 강요하는 셈”
전성인 교수도 “지원할 의무는 없어”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에 600억원을 빌려주는 지원 방안이 배임 우려로 진통을 겪고 있다. 자칫 한진그룹의 지원이 조양호 회장의 400억원 사재 출연에 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경영 부실을 초래한 총수와 그룹에 대해 책임을 엄격히 물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찮다. 반면 경영계는 총수 사재 출연이나 계열사 지원을 압박하는 것은 무리수라며 맞서고 있어 논란이 뜨겁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의 배상근 부원장은 최근 한진해운 관련 긴급좌담회에서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에 대해 조양호 회장과 대한항공에 추가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친대기업 성향 학자들도 “한진해운의 회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추가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배임을 강요하는 셈”이라고 거들었다. 보수언론들도 한진그룹이 이미 한진해운에 너무 많은 돈을 쏟아부어 자칫 그룹 전체가 위험할 수 있다며 동조한다. 대한항공, (주)한진이 유상증자·대여·지급보증 등을 통해 한진해운에 지원한 금액은 1조2467억원에 달하고,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6월 말 기준 1100%를 넘어섰다.

진보 성향인 전성인 홍익대 교수도 총수 사재 출연 압박에 반대한다. 전 교수는 20일 “주주는 원칙적으로 출자분에 한정해 손해를 부담할 뿐 반드시 지원할 의무는 없다”며 “이런 식으로 대주주의 도덕적 의무를 강조하면 나중에 거꾸로 법에도 없는 총수의 권한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역시 진보 성향인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한진이 먼저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 소장은 “경영권이 없는 소수주주는 ‘유한책임’이지만, 경영권을 행사한 총수와 그룹은 ‘무한책임’”이라며 “조 회장의 사재 출연이나 대한항공의 자금 지원은 단순한 도의적 차원이 아닌 법률적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지원으로 대한항공 등에 추가 손실이 초래될 위험에 대해선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의 주주이자 대여금과 물품을 공급한 채권자인데, 이런 내부 채권자는 주주와 동일한 법적 책임을 지는 게 선진국의 법리”라며 “대한항공이 자금 지원을 통해 한진해운의 더 많은 부분을 살려낸다면 결과적으로 회사 손실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오는 11월 삼성중공업의 1조원대 유상증자 실시와 관련해 경제개혁연대가 사실상 삼성의 총수 역할을 하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실권주 인수를 요구하고, 경영권을 행사하지 않은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기존 지분율 이상의 증자 참여에 반대하는 것도 ‘경영권 행사 대주주는 무한책임-경영권이 없는 일반주주는 유한책임’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교수와 김 소장은 배임 등 비리를 저지른 경영진에 엄격하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것에는 견해를 같이했다. 전 교수는 “경영진 비리에 대한 형사적 책임과, 충실의무를 제대로 안 지킨 이사(총수)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꼭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면서 불법을 저지른 경영자에 대한 엄단 방침을 밝혔지만, 실제로는 대우조선해양의 전직 경영진만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말뿐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은 수사를 받고 있지만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주식매매 혐의를 받고 있을 뿐이다. 김상조 소장은 “최 회장이 한진해운의 계열분리 과정에서 알짜 자산을 부당하게 빼돌린 혐의나, 현정은 현대 회장이 현대상선 부실과 관련해 배임 등을 저지른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이 손을 놓고 있다”며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에 대우조선 경영진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것을 요구했지만 아무 답변이 없다”고 지적했다. 조양호 회장도 부실이 심한 한진해운을 무리하게 인수해 회사와 주주에게 큰 손실을 끼친 게 배임에 해당될 수 있다. 김 소장은 경기침체 장기화로 기업 구조조정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부실기업 총수 등에 대한 책임 추궁을 놓고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