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6.10.04 17:51 수정 : 2016.10.04 19:48

자율협약 뒤 3개월 여 한진-산은 공문 분석
법정관리 들먹이던 한진해운 뒤늦은 자구안에 ‘자금 지원 거절’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의 채권단 대표인 케이디비(KDB)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4일, 물류대란에 대한 책임 공방이 뜨거웠다. 특히 지난 6월 한진해운이 산업은행에 “단기 유동성 지원을 해주지 않으면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는 공문을 보낸 사실이 드러나, 한진해운이 ‘대마불사론’을 업고 채권단을 오히려 협박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한진해운이 지난 5월 채권금융기관의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갈 때부터 8월 말 실제 법정관리 신청이 이뤄지기까지 석달여간 한진해운과 산은 사이에 오간 공문을 분석한 결과, 한진해운은 일찌감치

지난 5월4일 자율협약이 시작된 뒤 한진해운은 산은에 여러 차례 공문을 보내어 외국 선주와의 용선료 인하 협상 동행, 화주 등에 보낼 지지 협조 공문 등을 요청했다. 이때마다 산은은 채권단 대표로서 외국 선주·화주 등에 “한진해운이 장기적 관점에서 계속기업으로서 존속하는 데 깊은 이해관계가 있으며, 이를 위한 한진해운의 노력이 성공하기를 원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한진해운은 6월16일 산은에 ‘법정관리’를 언급하면서 자금수혈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이 공문에는 “현금 시재(갖고 있는 돈)가 마이너스로 떨어져 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하며 이 경우 산업은행을 비롯한 모든 채권자들이 상당히 손실을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어 한진해운은 용선료 등 채무 재조정의 어려움을 들어 8월4일이었던 자율협약 1차 만기일을 한달 연장해달라고 요청해 성사시켰다.

이후 산은은 8월19일 ‘한진해운 경영정상화 관련 의견 제출 요청’이란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회계법인 실사 결과에 따르면 용선료 등 채무 재조정이 성사될지라도 상당한 규모의 자금부족이 예상되니 이에 대한 한진해운의 해결방안을 제출하라”는 내용이었다. 삼일회계법인의 한진해운 실사보고서는 2017년 말까지 시나리오별로 ‘보통’의 경우 8620억원, ‘최악’의 경우 1조2296억원의 부족 자금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진해운은 한때 먼저 법정관리를 언급하기까지 했으나 채권단과 정부가 자구 원칙을 강경하게 주지시키자 다급한 모습을 드러냈다. 8월25일엔 ‘법정관리 회피의 중요성과 그룹의 각오’ 등의 소제목이 달린 공문을 산은에 보냈다. 대한항공 유상증자로 4000억원, 그룹 기타 계열사 1000억원 등의 자구안을 추가로 내놓은 뒤 채권단에 6000억원의 신규 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채권단은 8월30일 “이전 자구안에서 크게 진전된 게 없다”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한진해운은 내 팔 하나를 자르겠다는 의지가 없었다”며 “이런 사람에게 누가 돈을 빌려주겠나”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이 청산절차에 들어가게 되면, 물동량의 63%가 외국 선사로 넘어가는 등 피해규모가 8조2559억원에 달하고 일자리를 잃게 되는 사람 수도 1만1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