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1.01 21:27
수정 : 2016.11.23 15:57
미·일 한국정부 불신 탓 회의적 눈길
한국과 일본 정부는 1일 도쿄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을 위한 1차 과장급 실무협의를 벌였다. 한국 국방부가 협정 재추진 방침을 밝힌 지 닷새 만이다. 추진 속도가 빠르다. 그런데 한국 국방부와 일본 방위성은 이날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협의했는지 언급을 피했다. 한국 국방부 당국자는 “2012년 잠정 합의된 협정문안을 기반으로 전반적인 내용에 관해 협의를 진행했다”며 “다음 협의 일정은 앞으로 일본 쪽과 조율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투명하게 추진하겠다”던 호언(10월27일)이 무색하다.
한국 국방부는 “2012년 합의한 문안이 있어 수정·보완만 논의하면 되니 가급적 빨리할 것”이라고 자신하지만, 실제 협정 체결까지 갈 수 있을지를 두고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대통령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한국 정부의 정책 추진 능력에 대한 불신 탓이 크다. 협정 체결을 압박해온 미국은 물론, 쉼없이 협정 체결을 촉구해온 일본 정부가 한국 국내 정치 상황을 우려섞인 시선으로 주목하는 이유다.
2013년 12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강행·통과시킨 특정비밀보호법도 변수다. <산케이신문>은 10월31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특정비밀보호법에 근거해 (협정 상의) 비밀 구분의 수정을 요청할 방침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2012년 6월엔 이 법이 존재하지 않았던 만큼, 새 법의 제정에 따라 협정문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야3당이 협정 반대 공조를 다짐한 데 이어, 전문가들의 반대 목소리도 높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이 그려놓은 한반도 3단계 미사일방어(MD) 계획의 2단계인 한·미·일 미사일 방어 체계 증진 차원이라는 점이 핵심”이라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결정에 이어 이 협정까지 체결하려 하면 중국이 가만 있겠나”라고 짚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자기배반적 행태를 두고도 비판이 쏟아진다. 박 대통령은, 2012년 6월 당시 이명박 정부가 비밀리에 협정 체결을 추진하다 여론의 거센 반발에 밀려 서명 몇 시간 전에 포기한 것과 관련해, “절차와 과정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제훈 김지은 기자, 도쿄/길윤형 특파원
nomad@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