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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5.19 19:48 수정 : 2017.05.20 14:23

윤석열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19일 낮 서울 서초구 디타워 특검사무실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윤석열 서울지검장 임명 의미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뒤 좌천성 인사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 활약 이후 복귀
국정농단·우병우 추가수사 포석
윤 지검장 “벅찬 직책…최선 다할것”

윤석열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19일 낮 서울 서초구 디타워 특검사무실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검찰 내 대표적 ‘강골 특수통’으로 꼽히는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가 19일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됐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로 좌천된 지 3년여 만에 전국 최대 규모의 검찰청을 이끄는 수장으로 화려하게 돌아온 것이다. 특히 전임자보다 5년 후배인 그의 발탁은 기수와 서열 등에 따른 ‘그들만의 인사 법칙’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청와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인사 자체가 강도 높은 검찰개혁을 예고하는 메시지인 셈이다.

윤 지검장은 청와대가 임명을 발표한 지 한 시간 만인 이날 낮 12시 서울 서초동 특별검사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갑자기 너무 벅찬 직책을 맡게 돼 고민을 해보겠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검찰개혁과 관련해선 “제 위치에서 거론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맡은 일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고, 어떻게 잘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우병우 전 수석 사건과 ‘정윤회 문건’ 재조사에 대해서도 “내가 말씀드릴 게 아닌 거 같다”고 말을 아꼈다.

일단 윤 지검장의 발탁은 향후 예정된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재판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을 겨냥한 국정농단 추가 수사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 지검장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수사팀장을 맡았으며, 특검 종료 뒤에도 특검에 남아 공소유지를 맡고 있었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 지검장의 발탁 배경에 대해 “검찰의 가장 중요한 현안이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수사와 공소유지라고 생각한다. 그 점을 확실하게 해낼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직접 설명했다.

검찰의 ‘국정농단’ 수사를 맡아 직접 재판에 나가고 있는 핵심 부장들이 줄줄이 ‘돈봉투 만찬’ 사건에 연루된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부장들의 동요를 잘 추스르고 박 전 대통령 재판의 공소유지 등을 차질없이 이끌 인물로 청와대가 판단한 듯하다.

윤 지검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가 한창 진행중이던 2013년 10월 수사 진행에 이견이 있던 당시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보고·결재 없이 국정원 직원들의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이 때문에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윤 지검장은 그해 국정감사에 나와 수사 관련 외압이 있었다는 증언과 함께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발언해 ‘국민검사’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 대가로 2014년 여주지청장에서 대구고검 평검사로 좌천당했고, 지난해에도 대전고검 검사로 발령 나는 등 거듭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았다. 지난해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으로 발탁된 데는 이런 배경도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윤 지검장은 1991년 ‘9수’ 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동기들보다 나이가 많은 편이다. 1994년 대구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눈에 띄는 이력은 2002~2003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로 활동한 것이다. 몇년의 검사 생활 뒤 변호사로 전직했던 그는 2003년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피의자 접견을 마치고 나가다 10층 조사실 앞 복도에서 ‘짜장면 냄새’를 맡고 다시 검찰 복귀를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사석에서 “그 순간 ‘아,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곤 했다. “밥 먹을 시간도 없이 피의자 조사하고 처벌하는 게 내 체질이라고 느꼈다”는 것이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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