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6.06 22:24
수정 : 2017.06.06 23:34
문재인 대통령 현충일 추념사
애국·보훈 개념 확장
독립운동가·한국전 희생 국군 넘어
경제역군·민주 열사 등 일일이 호명
보수·진보 떠나 ‘보훈 의무’ 강조
적폐청산·국민통합 기조 이어가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한다는 현실…
애국·정의·원칙이 보상받는 나라로”
청산못한 과거는 미래 걸림돌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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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인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묘역에 설치된 대형 태극기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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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의병과 광복군 그리고 그들의 후손, 한국전쟁 참전 군인과 청년, 베트남 참전 용사, 파독 광부와 간호사, 청계천 여공, 5·18 민주화운동과 6월항쟁의 시민, 서해바다를 지킨 용사들과 그 유가족….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제62회 현충일 추념사에서 이들을 하나하나 호명하며 “(이런) 우리 국민의 애국심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굴곡진 근현대사 속에서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조국에 헌신했으나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던 이들을 ‘애국자’로 다 함께 드높인 것이다. 문 대통령의 호명은 6·25전쟁과 분단으로 인한 첨예한 이념 대립 속에서 ‘참전’이나 ‘공무 수행’에 큰 의미를 부여했던 기존의 애국·보훈의 정의를 폭넓게 확장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조국을 위한 헌신과 희생은 독립과 호국의 전장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음을 여러분과 함께 기억하고자 한다”는 말로 이를 강조하며, “(이런 분들에 대한) 보훈이야말로 국민통합을 이루고 강한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12분간 이어진 추념사에서 “식민지에서 분단과 전쟁으로, 가난과 독재와의 대결로, 시련이 멈추지 않은 100년 (근현대) 역사”를 지켜온 애국자들을 일일이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지킨 것은 독립운동가들의 신념이었다”며 항일의병과 광복군 등 독립운동가들을 근현대사의 첫 애국자로 꼽았다. 이어 “38선이 휴전선으로 바뀌는 동안 목숨을 바친 조국의 아들들이 있었고, 태극기 위에 위국헌신을 맹세하고 후방의 청년들과 학생들도 나섰다. 주민들은 지게를 지고 탄약과 식량을 날랐다”며 한국전쟁에서 희생된 국군과 평범한 시민들을 애국자로 아울렀다. 또 “베트남 참전 용사의 헌신과 희생을 바탕으로 조국경제가 살아났다”고도 했다.
아울러 “뜨거운 막장에서 탄가루와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석탄을 캔 파독광부, 병원의 온갖 궂은일까지 견뎌낸 파독간호사, 그분들의 헌신과 희생이 조국 경제에 디딤돌을 놓았다”고 했다. 또 “청계천변 다락방 작업장에서 젊음을 바친 여성 노동자들의 희생과 헌신에도 감사드린다. 애국자 대신 여공이라 불렸던 그분들이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다”며 청계천 봉제공장 여성 노동자도 애국자로 규정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제는 노인이 되어 가난했던 조국을 온몸으로 감당했던 시절을 회상하는 그분들께, 오늘 정부를 대표해 ‘마음의 훈장’을 달아드린다”며 ‘존경’의 뜻을 전했다.
멀게는 일제 강점기부터 6·25전쟁과 이른바 ‘산업화 시대’를 온몸으로 견디며 살아낸 이들은 대체로 보수적 성향에 가깝다. 문 대통령은 이들을 모두 아울러 애국자라 칭하며 이념 성향에 상관없이 나라를 위해 땀 흘렸다면 존경받아 마땅하고, 그에 걸맞은 보답과 예우를 하는 게 정부의 당연한 의무라는 뜻을 밝힌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추념사에서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한다는 현실은 여전하다”며 독립운동 후손들이 대접받지 못하는 현실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겪고 있는 가난의 서러움, 교육받지 못한 억울함, 그 부끄럽고 죄송스런 현실을 그대로 두고 나라다운 나라라고 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청산되지 않은 과거의 폐해를 바로잡아야 진정한 국민통합도 가능하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역사인식이 반영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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