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한겨레 사설] 한·미 정상회담, 당당하되 전략적 접근 필요하다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이 오는 29~30일 워싱턴에서 열린다.
이번 회담은 문 대통령이나 트럼프 대통령 모두에게 첫 한-미 정상회담이다. 두 나라 모두 정권이 교체된 상태로 아직 세부 외교기조가 마련되지 않아 뚜렷한 성과를 기대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북핵 폐기를 위한 한-미 공조 선언 및 정상간 유대 강화만으로도 애초의 목적은 달성할 수 있다 하겠다.
이번 회담은 문재인-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를 조율하는 중요한 자리다. 첫 만남인 만큼 큰 틀에서 공통점을 찾아나가는 것이 선결 과제라 할 수 있다. 미세한 이견 조정은 실무 차원 협상으로 미뤄도 된다. 더욱이 현재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망으로 인해 미국 내 대북 여론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이다. 26일 문 대통령을 만난 전직 주미 대사들도 “구체적 현안 논의보다 동맹의 의미와 중요성을 부각하는 큰 틀의 공조 기반을 갖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이견을 피하기 위해 섣불리 ‘미국 요구를 다 들어주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건 옳지 않다. 자칫 나중에 국내에서 일이 꼬여 더 큰 논란으로 비화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특히 논란이 되는 사드 배치 문제에선, 우선 환경영향평가 실시 등 절차적 문제의 중요성을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사안과 분리해서 진행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짚어둘 필요가 있으리라 본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배치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민감한 이슈를 회담장에서 불쑥 끄집어낼 가능성도 있다. 2001년 3월 김대중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때엔 공동 기자회견장에서 부시 대통령이 김 대통령을 ‘디스 맨’(이 양반)이라고 지칭해서 논란을 빚었다. 부시 대통령은 2003년 5월 노무현 대통령과의 회담에선 노 대통령에게 ‘이지 맨’(easy man)이라는 표현을 써 또 한번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시보다 더 돌발적인 성격이라 자칫 예상치 못한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외교팀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정상회담이란 정상끼리 각국의 이해를 말로써 관철하는 것이다. 한-미 동맹이 굳건해지려면 양국이 지속가능하고 수평적 관계를 맺는 게 중요한 만큼, 전략적이되 당당하게 회담에 임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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