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7.02 21:33
수정 : 2017.07.0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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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현지시간) 오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 언론 발표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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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공동성명 나오기까지
김경수 의원 페이스북에 뒷얘기
트럼프 “무역 불균형” 돌발발언
7시간뒤 발표된 공동성명에선
FTA·재협상 구체적 거론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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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현지시간) 오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 언론 발표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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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지만, 식은땀 흐르는 순간도 있었다.
30일(현지시각) 오전 단독 정상회담과 확대 정상회담까진 비교적 순조로웠다. 북핵 문제를 비롯한 사안에선 큰 이견이 없었고, 무역수지에 대해선 논의가 길어졌으나 호혜무역의 원칙을 확인하는 선에서 마무리 지었다. 회담 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관계를 “매우 좋다”(very very good) “대단한 케미스트리”(great chemistry)라고까지 표현했다고 한다.
문제는 오전 정상회담을 마친 뒤 백악관 앞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 언론발표 때, 트럼프 대통령이 ‘돌발 발언’을 내놓으면서부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다시피 그 무역협정은 만기가 다가온다. 우리는 협상을 잘할 것”이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사실상 공언했다.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에 관한 언급이 없었다는 청와대의 설명이 서로 엇갈리면서 ‘실패한 회담’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더욱이 반나절 넘도록 공동선언문 발표가 늦춰지자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무성했다.
과거 미국 정부는 정상회담 종료와 함께 공동성명을 발표하곤 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정상회담 뒤 한참 시간이 지나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일이 잦았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정상회담 무려 사흘 뒤 공동성명을 발표했으며, 미-중 정상회담 뒤에는 공동성명을 발표하지 못했다.
언론 발표 이후 공동성명이 나오기까지 7시간 동안, 청와대 관계자들은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순방에 동행했던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백악관의) 발표를 기다려야 했던 7시간이 7년은 되는 것 같았다”고 적었다. 그는 “공동성명에 우리 요구사항이 충분히 담겨 있다고 본 우리 쪽은 언론발표에서 원론적 언급만 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성명에 담겨 있지 않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포함한 양국간 무역 불균형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언론은 언론발표문만으로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데 공동성명 발표가 계속 늦어졌다”며 “만일 공동성명이 안 나오고 언론발표문만으로 정상회담이 끝나면 국내 보수 언론에서는 회담 성과에 대해 혹평이 쏟아질 건 불을 보듯 뻔했다”고 적었다.
결국 백악관 쪽이 이날 저녁 7시께 공동성명안을 원안대로 결재하고서야 청와대 쪽은 비로소 안도했다. 공동성명엔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에 대한 언급이 없었고 “양국 간 상호적 혜택과 공정한 대우” “공정하고 공평한 경쟁조건 증진”과 같은 ‘중립적인’ 표현이 명기됐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시간을 쪼개 애초 이번 순방 일정에 없었던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을 만났다. 앞서 한 일본 언론이 매케인이 새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을 방문하려고 했으나 문 대통령이 미온적이어서 만남이 불발됐다고 보도하자, 청와대는 일정이 안 맞았기 때문이라며 반박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매케인을 만나 “지난 5월 방한이 일정상 무산됐던 것이 아쉽다. 언제든지 한국에 오면 연락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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