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7.04 20:52
수정 : 2017.07.04 21:11
합참 보고 4분뒤 안보실장 첫 보고
상황 심상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사실이 보고된 4일 오전, 청와대와 합동참모본부는 긴박하게 움직였다. 청와대는 합참으로부터 북한 미사일 시험발사 사실을 보고 받은 지 4분 만인 오전 9시45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1차 보고를 한 데 이어 12분 뒤 2차 보고를 했다. 안보실의 보고는 3·4차까지 이어졌고, 문 대통령은 10시13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11시30분에 소집할 것을 정 실장에게 지시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발사체의 제원과 비행고도·거리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어 일단 안보실장이 주재하는 엔에스시 상임위를 먼저 열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발사체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일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가 들어온 뒤 분위기가 급변했다. 문 대통령은 엔에스시 상임위를 대통령이 주재하는 전체회의로 전환할 것을 지시했다.
11시59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상황실(지하 벙커)에 입장한 문 대통령은 곧바로 전체회의 개회를 선언했고, 이어 “초기 판단으로는 이번 도발을 중장거리미사일로 추정하고 있으나 아이시비엠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정밀 분석 중”이라며 “아이시비엠급일 경우 이에 맞춰 대응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점이 한-미 정상회담 직후라는 점에서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을 통해 기존의 제재·압박 위주의 대북 정책에서 대화를 병행하는 기조로 전환하고 ‘한반도 문제의 한국 주도’ 원칙까지 확인받은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국제무대에서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 발언권을 제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탓이다.
외교·안보 부처 당국자들도 “답답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의욕적으로 대화에 나서려는 새 정부의 발목이 붙잡힌 꼴이 됐기 때문이다. 한 정부 당국자는 “군사적 도발에 대해선 단호하게 맞서는 게 원칙”이라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면, 정부로선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세영 정인환 기자
monad@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