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8.08 18:08
수정 : 2017.08.0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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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 인왕실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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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 인왕실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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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및 가족들과 만나 “정부를 대표해 가슴 깊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정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2011년 가습기살균제와 폐질환의 인과관계가 드러난 지 6년 만이다. 생후 14개월부터 산소통을 달고 살아온 임성준군 등 참석자 한명 한명의 사연에 귀기울이며 어깨를 감싸는 모습은 수많은 피해자와 가족들 아픔을 다 씻을 순 없어도 큰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지난해 검찰이 제조업자와 판매업자를 기소했지만, 영문도 모른 채 병에 걸리거나 목숨을 잃은 이들의 고통에 오랜 세월 국가는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1997년 살균제 주원료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신규물질 등록 신청에 대해 ‘유독물에 해당 안 된다’고 판단한 건 정부였다. 전세계에서 처음이자 유일하게 이런 제품이 제조·판매된 만큼 안전성에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어야 했다. 2011년 당시 정부가 폐손상 이외의 질병이나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MIT)의 흡입독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아 두고두고 피해자 인정 범위를 좁히는 빌미가 된 것은 사실이다.
문 대통령의 사과는 정부에 대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 것으로 높게 평가할 만하다. 또 “피해자와 제조기업 간의 개인적 법리 관계라는 이유로 피해자들 구제에 미흡했다”고 언급하며 9일부터 시행되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에서 기업들에 대한 구상권 행사에만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아직 과제가 많다. 최근 환경부가 학계에 의뢰한 피해 규모 조사에서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는 350만~400만명, 건강 피해를 입은 이는 48만7천~55만6천명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정부에 신고한 규모는 5800여명, 피해 인정 여부를 판정받은 신고자는 1200여명에 불과하다. 신고자가 병원 치료와 영수증 등을 입증해야 하는 규정, 폐손상이 아니거나 인과성 입증이 어려운 3~4등급은 구제에서 배제되는 점 등이 이유로 꼽힌다.
정부는 까다로운 인정 요건을 완화하고 피해구제 재원 확대에 적극 나서야 한다. 문 대통령이 법 개정을 시사한 만큼 국회는 적극 협조하길 바란다. 국무회의가 살생 물질 및 제품에 대한 정부 사전승인제 도입을 의결했지만, 제도에 부족한 점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야 할 것이다. 대통령 말처럼 정부의 존재 이유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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